미국의 8월 고용 증가 폭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가운데 미국 노동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가 나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장을 잃었을 때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욕 연은이 8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소비자 기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현재 일자리를 잃을 경우 다른 일자리를 구할 확률’을 평균 44.9%로 답했다. 이는 전달보다 5.8%포인트 급락한 수치로, 2013년 6월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는 2021~2022년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기의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음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한 달 평균 450만 명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21년 말에는 한 달에 최대 450만 명 이상이 회사를 떠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구인 건수는 넘치는데 구직자가 부족해, 근로자들이 “언제든 다른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나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올해 7월 퇴사자는 320만 명으로 줄었으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5% 이상 감소한 수치다.
소비자 금융 사이트 너드월렛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엘리자베스 렌터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일자리 기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지금은 일자리를 찾기가 매우 어렵고,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도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크게 줄이면서 노동자들은 현재 직장을 놓지 못한 채 버티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구인 수요가 급증해 구직자 한 명당 두 개 이상의 일자리가 열리는 등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이직이 활발했지만, 현재는 고용시장이 사실상 멈춰 서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까지는 기업들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선 징후는 많지 않지만, 신규 채용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성장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고용 확대에 신중해지면서 노동자들이 기존 일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뉴욕 연은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반영됐다. 앞으로 1년 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은 18.9%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반면 1년 후 실업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은 39.1%로 7월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최근 12개월 평균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노동시장 악화에 대응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 17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2024년 12월 이후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