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일?" CJ지주사만 연일 '불기둥'…증시 '미스터리' [종목+]

입력 2025-09-08 15:45
수정 2025-09-08 17:18

CJ그룹 계열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엔터사업을 진행하는 ENM과 CGV, 그룹의 '캐시카우'인 제일제당, 대한통운 등 주력 계열사들은 증시 상승장에서 완전히 소외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CJ지주사만 비상장 계열사인 올리브영과의 합병설에 힘입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CJ지주는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전일대비 6.72% 오른 18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주가 상승률이 17.13%에 달한다. 이날 장중 기록한 18만8400원은 2017년 이후 약 8년만의 최고가다.

증권가에선 지주회사의 특성을 고려할때 CJ 지주의 주가 움직임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CJ 지주는 이러다할 자체 매출 없이 보유 계열사들의 실적에 따라 평가를 받는 순수 지주회사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지주회사들은 크게 '순수지주'와 '사업지주' 두가지 분류로 나뉜다. 순수지주는 그룹의 지휘소 역할에 충실한 기업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총괄하는 데 집중하며 라이센스비, 임대료 등 약간의 계열사 관련 매출을 제외하곤 별도의 자체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LG와 GS, CJ, 롯데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사업지주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체 사업도 진행하는 지주회사다. 한화그룹의 지주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건설사로도 기능하는 한화지주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사업지주 회사들은 자체 사업의 상황에 따라 보유한 계열사 지분과 별개로 추가적인 가치가 매겨진다.

일반적으로 순수지주회사들은 보유한 계열사들의 가치와, 배당률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다. 특히 CJ처럼 상장 계열사를 대거 보유한 그룹의 경우 지주사가 주력 계열사들의 주가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반면 CJ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증시에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의 '맏형'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고점(40만7500원) 대비 주가가 43.06% 급락한 상태다. 올들어서도 9.01% 하락하며 국내 증시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제일제당을 통해 지배하고 있는 CJ대한통운도 지난 2월 대비 15.38%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때 그룹의 '성장 엔진'으로 주목받았던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CJ ENM은 올해 흑자전환 전망을 바탕으로 주가가 33.15% 오르며 7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 기록했던 19만원대 주가에는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사업을 총괄하는 CJ CGV는 국내 영화 시장의 부진과 해외투자 실패로 이러다할 반등 없이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의 90%를 책임지는 제일제당과 대한통운, 프레시웨이, ENM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순수 지주사인 CJ만 '외로운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CJ지주의 시총 순위는 올초 121위에서 8일 96위로 스무 계단 넘게 뛰어올랐다.

시장에선 비상장 계열사인 올리브영과의 합병 이슈가 CJ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설명이 나온다. 올리브영은 CJ지주가 51.2%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11.04%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CJ 그룹이 이 실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CJ지주와 올리브영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CJ지주 투자자들 입장에서 그룹 내 성장성이 돋보이는 올리브영과의 합병설은 호재다. CJ지주는 자체 사업이 없는 특성상 최근 급등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1배에 불과하다.

반면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올리브영의 예상 영업이익은 보수적인 관점에서도 7700억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 올리브영 추정 기업가치는 8조8000억원에 육박하고, 지분율을 감안한 CJ의 올리브영 지분가치는 약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리브영의 지분 가치가 CJ지주 전체 시가총액(5조4000억원)의 83%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올리브영과 CJ지주가 합병하게 된다면 시장의 평가는 더욱 매력적으로 변할 전망이다. 합병비율에 따라 지분이 희석되는 문제가 있지만, 정부가 대기업 계열사간 합병시 비율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비율 산정에 예민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상장사인 CJ 지주에 크게 불리한 비율 결정은 어려울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반면 CJ그룹은 올리브영과의 합병 추진설이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CJ는 지난 5일 뉴스룸을 통해 "양사간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가치평가 산정 작업을 시작했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합병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CJ지주가 결국 올리브영과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리브영은 올들어 정관에 물류와 운송 등 신규 사업을 추가해 글로벌 확장 기반을 마련하고, 용산 사옥을 6800억원에 매입해 자산 가치를 끌어올렸다"며 "향후 합병을 염두에 둔 올리브영 가치 제고 조치의 일환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