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의원님들, 정신 차리십시오. 서왕진 원내대표가 사퇴한다면, 저도 사퇴하겠습니다."
조국혁신당 성비위 파문 수습을 꾀하기 위해 소집된 당 의원총회에서 서왕진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오자 홍보실 직원이 이렇게 말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유수연 조국혁신당 언론미디어홍보실 메시지팀 과장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조국혁신당 내 성비위 사건에 대해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매번 반복되는 정치계의 추악한 행태를 보며, 저는 '변하지 않는다'는 한탄이 아니라 '왜 변할 수 없었는지'를 깨닫는 처절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강미정 대변인의 고백을 듣고 그동안 제 책임을 다하느라 책임을 넘는 행동을 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면서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바로 우리 당 의원들의 모습이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 참담한 간담회에도 12명의 의원이 모두 모이지 않았다는 것에 가장 크게 분노했다"면서 "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조국의 이름과 조국혁신당의 이름을 걸고 활발히 활동하며, 그 이름만으로 조국혁신당을 연상시키는 분들께서 어찌 당의 일에는 매번 무관심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 의원님들, 정말 정신 안 차리십니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초선-비례'라는 여의도의 풍자처럼, 정말 자신들이 뭐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나"고 비판했다.
유 과장은 "지난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예상한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만약 12석의 의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미라도 있었다면, 귀하들이 비례 공천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나"라며 "그럼에도 여러분이 의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검찰 해체와 제7공화국 개헌을 바랐던 국민의 열망 덕분이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의 모습은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말 정신 좀 차려라. 피해자가 명백하고, 피해자가 원했던 것은 해결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존중’과 ‘치유’였다"면서 "그것은 법과 당헌·당규로만 해결할 수 없는,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며 그것이 정치의 본질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밖에서는 '조국혁신당은 망했다'고 하지만, 당직자들은 안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모든 책임을 다하고 있다"면서 "조국혁신당 12명의 의원들께서도 제발 본연의 책임을 다하라"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은 11월 조기 전당대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조 전 대표의 조기 등판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그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4일 조국혁신당이 당 내 성 비위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무마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길 위에서 제가 마주한 것은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괴롭힘"이었다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 4월 조국혁신당 소속의 한 당직자는 상급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강 대변인은 "조 전 대표가 수감돼 있는 기간 동안 함께 연대하는 당원들이 편지로 소식을 전했고 (사면돼) 나온 후에도 피켓 등으로 자세히 전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당의) 입장 변화가 없었고 조 전 대표에게도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 그의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전 대표는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고 입장을 냈다가 비난이 쇄도하자 "석방되고 난 뒤에 여러 일정이 잡혔다. 그 과정에서 저라도 빨리 이 분(강 대변인)을 만나 소통했으면 어땠을까. 제가 잡힌 일정을 마치면 연락드리고 봬야겠다고 그분의 대리인과 소통했는데 만남이 있기 전에 이런 일이 터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SNS 프로필 사진을 교체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