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만드는 검찰 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가운데, 수사 기능을 검찰에 남겨둬선 안 된다고 주장해온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향한 내부 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진영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임은정 지공장님, 1:1 공개토론을 제안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부장검사는 임 지검장에게 "임은정 검사장님이 가장 기뻐하실 듯해 앞으로 임 검사장님에 대해서는 '지공장님'이라고 불러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검찰청이 없어지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 신설이 예고되자, 임 지검장을 '지공장'으로 비꼬며 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임 지공장님은 약 10년 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직을 걸고' 무죄 구형을 하신 바가 있으시다"며 "저는 한 명의 피해자를 위해 검사 직을 걸었던 임 지공장님께 저의 '검사직'을 걸고 1:1 공개토론을 제안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명이 아닌 수천만의 국민을 위해 그동안 20년 가까이 국민의 혈세로 살아온 공무원으로서 국민께 감사의 마음으로 보답하기 위해 '검사직'을 걸고 임 지공장님께 1:1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했다.
공개 토론 주제로는 △현재 진행 중인 법안들이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더 부합하는지 △경찰 포함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 통제는 필요한지, 검찰보다 더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잘 할 수 있는 기관이 있는지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필요한지 등을 꼽았다.
장 부장검사는 "임 지공장님께서 위 주제들에 대해 진정 어린 답변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답변을 제대로 내놓으시고 이를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공개 약속을 해주시면, 저는 그동안 임 지공장님을 오해하고 임 지공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책임을 지고 검사직을 내려놓겠다"며 "반대로 임 지공장님이 저의 공개토론을 거절하시거나 또다시 침묵을 택하시겠다면, 검사장직을 내려놓으시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한 임 지검장은 검찰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면서 동료 및 후배 검사들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임 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검사장 자리 늘리기 수준인 것 같아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하며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 노만석 대검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을 '검찰 개혁 5적'이라고 불렀다. 또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도 주장했다.
이후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지난 3일 이프로스에 "어떻게 현직 검사, 그것도 '검사장'께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을 할 수 있냐"며 "대통령을 검사들에게 속은 바보로 만들었다"고 직격했다.
안 검사는 임 지검장의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몇 년을 검사로서의 본업은 부업처럼 하고, 본업을 인플루언서로 살았다고 해도 수사의 개념조차 모르면 어떡하냐"며 "임 검사장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대로 된다면, 그것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 형사 사법 체계의 붕괴"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개혁이라는 정치적 레토릭만 외치지 마시고, 검사장으로서 서울동부지검의 사건과 조직을 챙겨보시길 바란다"며 "검사장이 된 후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린 채 팬들의 목소리에 갇혀 향후 국회의원, 법무부 장관, 공소청장 자리를 꿈꾸고 계시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지난달 29일에도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가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사 생활 20여년 동안 보완수사를 안 해 봤느냐"며 임 지검장의 발언을 비판한 바 있다.
공 검사는 "정치인들이 정략적인 판단을 우선하는 것은 익히 아는 바이고 형사절차를 접하지 못한 일반 시민들은 보완수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검사 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도무지 할 수 없는 말을 했다"며 "정신 차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저는 검사 생활 대부분을 형사부, 공판부, 여조부에 근무했다. 소위 인지 부서에서는 한 번도 근무해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수도 없이 날을 새며 기록을 검토하고 공소장과 불기소장을 쓰고 보완 수사를 했다"며 "검사가 수사를 아예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위에 쓴 사례들의 진실 발견과 피해자 보호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