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3개월 간 새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7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올해 1~8월 누적 대출액은 150조원에 달했다.
8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한은에서 31조6000억원을 일시 차입했다. 지난 6월과 7월 각각 17조9000억원, 25조3000억원을 대출한 것까지 합치면 3개월간 74조8000억원을 끌어다썼다.
올해 1~8월 누적 대출액은 14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해 1월 5조7000억원을 시작으로, 2월 1조5000억원, 3월 40조5000억원, 4월 23조원 등을 빌려썼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던 5월에만 대출이 없었다. 다만 정부는 매달 일시적으로 빌린 돈을 갚아나가 현재 대출금 잔액은 22조9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이는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개설해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유사하다.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많이 사용할수록 세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로 조달하는 사례가 잦다는 의미다. 특히 재정 집행과 세수 흐름의 불일치가 커질수록 이용 규모가 커지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한은의 일시 차입 제도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요 비판 지점이었다. 안도걸·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이 비판을 주도했다. 안 의원은 "국채와 일시차입 늘리는 파행적 재정집행 멈춰야한다"고 지적했고, 임 의원은 "정부의 중앙은행 일시 차입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국은 중앙은행법상 대정부 일시 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만 허용하고 있는 제도"라고 짚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공격과 수비도 교대하는 모습이다. 박성훈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한은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일시 차입을 반복하고 있다"며 "확장 재정을 외치기에 앞서 세입 기반 강화와 지출 구조조정을 위한 근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