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미쳤네'…단기간에 30% 폭등 '돈벼락' 터졌다 [분석+]

입력 2025-09-08 08:54
수정 2025-09-08 09:18

금(金) 투자 펀드가 돋보이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유럽의 재정 불안이 맞물리면서 금값이 천정부지 치솟으면서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을 경계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 상승세가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금펀드 13개의 최근 한 달(4일 기준) 평균 수익률은 7.35%로 집계됐다. 이 기간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전체 테마 48개 중 원자재(14.29%)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9.47%에 달했다.

펀드별로는 'IBK골드마이닝'이 최근 한 달간 21.98%를 'iM에셋월드골드'가 2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금 투자 상장지수펀드(ETF)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같은 기간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가 14%의 수익률로 가장 높았고 'TIGER 금은선물(H)'와 'KODEX 골드선물(H)'도 각각 7.1%와 6.97% 상승했다.

금값이 랠리를 펼친 영향이다. 금융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트라이온스(31.1g)당 3632달러72센트를 기록했다. 전장엔 3653달러30센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 들어서만 37.64% 급등했다.

미 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자 금값이 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의 특징 중 하나는 '무이자 자산'이란 점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달러 가치가 낮아져 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Fed의 정책금리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92%로 반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Fed를 흔들고 있는 점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에 투자자들이 몰린 요인으로 평가된다. Fed의 독립성 위기가 결국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로 연결되면서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따른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Fed 독립성 훼손 우려와 함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다시 귀금속 랠리가 재개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의 재정 불안도 금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단 분석도 나온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로 재정 상황에 경고등이 켜졌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긴축 재정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하원의 신임 투표를 요청하면서 정치 불안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이달 들어 프랑스 국채 금리 10년물은 3.591%, 30년물은 4.51%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지난달 하순부터 다시 랠리를 시작해 3600달러를 웃돌아 역사적 최고점을 경신했다"며 "주요 원인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재정 불안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금값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부담감이 커졌지만, 중장기적 상승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연구원은 "코로나19 시기부터 자산시장에서 채권과 주식 간 다변화 효과가 거의 없어졌다"며 "이는 공급 충격과 제도적 신뢰 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내 금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