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실이 가득 찼습니다. 오늘은 끝이에요"
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ICE(이민세관단속국) 구치소 앞에 모인 사람들은 긴 탄식을 내뱉었다. 아침 일찍부터 구금된 직원들과 가족을 보러 왔지만 빈 손으로 돌아가면서다. 평일에는 변호사 면회만 가능해 가족·동료들은 정부의 외교적 해결을 기다려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날 ICE 구치소 앞은 아침 일찍부터 면회를 위해 기다리는 한국인 수십명으로 붐볐다. 이들은 한 손에 스마트폰을, 다른 손에는 각종 서류와 노트를 들고 누군가와 전화하거나 뭔가를 받아적느라 분주했다. 정오께 더 이상 면회가 불가능하다고 구치소 직원이 외치자 이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 A 직원은 "어제도 왔는데 오늘도 허탕을 쳤다"며 노트를 쥔 손을 털썩 떨궜다. 구치소 측은 허망한 마음을 달랠 새도 없이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며 사람들을 몰아냈다.
구치소에 수용된 300여명은 대부분 LG에너지솔루션 또는 그 협력사 직원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30~50대 남성들이 주축이다. 10명 가량의 여성은 포크스턴 구치소에서 3시간 넘게 걸리는 스튜어트 디텐션 센터에 억류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회사 직원 여러 명이 구금돼있다는 B 협력사 직원은 "온지 한달도 안 돼서 날벼락을 맞은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나 포크스턴 구치소 운영사에 대한 적대감도 드러났다. 폴란드, 인도네시아, 미국 각지에서 근무했다는 C 협력사 직원은 "여기 있는 사람들 앞으로 미국에 오기 싫다고 한다. 나도 치가 떨린다"고 토로했다. 조지아주에서 수년째 거주중인라는 한 한인은 "민간 구치소에서 오랜만에 많은 구금자들이 몰린 만큼 단기간에 풀어줄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2시30분께 구치소 내부 면담을 마친 조기중 워싱턴DC 총영사가 건물 밖으로 나와 내부 상황을 전했다. 현지 대책반은 이날 오전까지 구금자 1차 면담을 모두 마쳤다. 다만 향후 법적 절차를 거치기 위해 필요한 구금자 번호(alien number)는 이르면 내일 구치소 측에서 확보할 전망이다.
취재진과 만난 조 총영사는 "이르면 수요일(오는 10일) 정도에 전세기로 원하시는 분들이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귀국 의사가 있는지 개별적으로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내일부터 최대한 빨리 진행해서 원하시는 분들은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자발적 출국(Voluntary departure) 형태로 한국에 합법적으로 귀국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당국 간 협의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포크스턴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플로리다주 잭슨빌로 전세기가 도착해 한국 직원들을 귀환시킬 예정이다.
포크스턴(조지아주)=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