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 근로자 구금과 관련해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일부 인력을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시키게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그들(한국)이 말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일하다가 체포된 것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비자 체계가 개선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미국 현지 공장 건설 지연과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자 문제와 관련해선 외교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비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가 선언된 2006년부터 경제계가 지속적으로 해결을 요청해 온 사안이다.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일하려면 전문직취업(H-1B) 비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비자는 추첨제로 발급돼 ‘하늘의 별 따기’로 통한다. 지난해 미국이 발급한 H-1B 비자 중 한국인 몫은 전체의 1%로, 2200여 명에 불과하다. 우리 근로자들이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전자여행허가(ESTA)로 미국에 들어가 단기간 일하고 돌아오는 것이 관례가 된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FTA를 맺은 다른 나라들은 취업 비자 쿼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교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사실상 무제한, 호주는 매년 1만500명, 싱가포르는 매년 5400명이 미국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미 의회에는 한국인에게 매년 1만5000명의 전용 취업(E-4) 비자를 발급하게 하는 ‘한국동반자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로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외교부가 미 이민세관단속국의 이번 한국 공장 단속 및 대규모 근로자 구금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정보력 부재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에서조차 외교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