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대규모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후폭풍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거나 건설을 계획 중인 국내 대기업 4곳 중 3곳이 사업계획 재설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전문인력 파견 방안 등 보완 작업에 들어갔다. 필수 인력을 제때 파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 시점이 늦춰질 뿐 아니라 관련 비용도 30% 이상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8일 미국에 진출한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14개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곳(71.4%)이 미국 프로젝트를 재설계하거나 공장 가동 시점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지금 미국에 배터리를 아는 인력이 없다면, 전문가를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시켜서 미국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 전문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산업계에서는 “한국 전문인력은 당장 필요한데 어느 세월에 비자가 나오겠느냐”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의 57.1%는 미국 투자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각종 공정을 세팅할 때 필요한 전문인력을 제때 보내지 못하면 해당 프로젝트가 무기한 멈춰서면서 전체 공사 기간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번 대규모 구금 사태로 증가할 비용이 적게는 10% 이내(28.6%)에서 많게는 30%(7.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등 20여 개 국내 기업이 미국에 투입하기로 한 투자액(145조원)도 상당폭 늘어난다.
응답 기업의 64.3%는 이번 구금 사태를 계기로 전자여행허가(ESTA) 및 단기 상용(B-1) 비자를 활용한 업무용 출장을 전면 중단하거나 최소 1개월 이상 출장 때는 주재원(L-1) 비자를 받도록 내부 지침을 세웠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한국인 전문인력을 위한 별도 비자 신설(64.3%)을 꼽았다.
김진원/김우섭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