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 속도를 낸다. 공공기관 평가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상설 조직으로 격상하고 사무처 조직을 신설해 전문성을 강화한다.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 정성평가 비율을 높여 기관 특성을 반영하면서 기관의 자율성도 높일 계획이다. 대신 기관장을 별도로 평가하는 항목을 신설해 성과에 대한 책임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기재부 입김 축소될 듯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9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심의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상임위원회에서 국민의힘과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되면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공운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운위의 전문성과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운위는 공공기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회의 운영을 주도한다. 민주당은 정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위원장은 기재부 장관과 민간 위원장을 복수로 선임하기로 했다. 현재 민간위원 수를 ‘11명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도 ‘전체의 3분의 2 이상’으로 바꾼다. 상임위원도 선임할 계획이다.
공운위를 뒷받침하는 별도의 사무처도 구성한다. 자문기구에서 준행정기관으로 격상되는 셈이다. 기재부 산하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를 공운위 직속 ‘성과관리센터’로 전환한다. 공운위가 직접 성과 평가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 경영평가 전면 개편…기관장도 시험대경영 평가 방식도 전면 개편된다. 기존의 정량평가 위주에서 벗어나 기관별 특성을 반영한 정성평가가 확대된다. 민주당은 안전·중대재해·부패 방지 같은 사회적 가치(S 지표)와 주요 사업 성과 등 정성 요소 비중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성평가 비중이 커지면 공정 평가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장이 정치 외풍에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크다.
기관장 평가 항목도 신설된다. 정부는 평가 항목에 계량·정성 지표 외에 ‘리더십 지표’를 신설해 위험 관리, 현장 대응, 내부 통제 능력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공기관 평가는 기관장의 성과급 기준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며 “앞으로 기관장을 직접 평가하면 경고뿐 아니라 해임 건의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조항이 생기면 기관장 교체가 더 손쉬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무 성과가 우수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해임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전직 공공기관 평가 담당자는 “효율성보다 공공성,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기준”이라며 “앞으로 공공기관 운영 비용이 늘고 구조개혁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9월 여야 합의로 통과될 가능성현재 공운법에 따라 기재부가 매년 관리하는 공공기관은 총 331곳인데, 이 중 경영평가를 받는 대상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87곳이다. 나머지 244곳의 기타 공공기관은 부처 자체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 평가 결과는 임직원의 성과급 책정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공공기관 경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정은 공운법 개정안이 9월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새로운 평가·인사 체계를 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필요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활용해 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라며 “다만 야당도 제도 개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정기국회 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은/최형창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