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시 배제한 주택 공급책, 속도 낼 수 있을까

입력 2025-09-08 17:42
수정 2025-09-09 00:09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협의는커녕 사전에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9·7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 날인 8일 서울시 관계자는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서울시를 대화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대책을 두고 ‘서울시 패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집값 안정의 핵심은 서울 아파트 공급 확대다. 그럼에도 정작 주요 당사자인 서울시와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부여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재는 여러 시·도에 걸쳐 있거나 사업 성격이 공공 개발사업인 경우에만 국토부 장관이 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주택시장 과열이나 투기 우려가 있으면 동일한 시·도 안에서도 장관이 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사실상 서울시장을 배제한 채 서울 주요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묶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달 말 허가구역을 연장해야 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외 지역을 추가로 지정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범죄를 전담하는 범정부 수사 조직 신설에도 서울시는 배제됐다. 정부는 국토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조사·수사 조직을 꾸리기로 했다. 부동산 이상 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수사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 그래도 부동산 실거래 신고 시스템 등에 접근 권한이 없어 이상 거래를 적시에 발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 대책으로 역할이 더욱 약화했다”고 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곳은 서울시고, 단속을 나갈 때는 시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서울시 권한은 인정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도움을 요청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최근 집값 폭등 등 부동산 시장 불안은 서울 인기 주거지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똑똑한 한 채’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침체하고 서울만 과열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의 핵심은 서울 아파트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는 대책 발표 이후에야 내용을 접할 정도로 뒷전에 놓였다.

정부 대책에도 도심 개발 등을 통한 서울 내 공급 확대가 담겨 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 없이는 실행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큰 그림을 제시하고, 서울시가 현장 집행을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소통해 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