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매출 반토막난 코바코, 연봉·업무추진비는 되레 증가

입력 2025-09-08 17:30
수정 2025-09-15 16:12
헌법재판소는 2008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방송 광고 판매영업 독점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SBS가 독자적인 미디어랩(방송광고 영업 대행사)인 SBS M&C를 세우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가 성장하면서 지상파 광고 시장이 급격히 축소됐다. 당연히 실적이 곤두박질쳤지만 코바코의 정원과 처우는 변함이 없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채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기업·공공기관의 대표 사례다.

8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매출은 8354억원으로 10년 전인 2015년(1조9112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코바코 매출도 2079억원에서 115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1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2021년 이후 매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코바코의 인력과 급여 수준은 큰 변화가 없다. 8월 말 기준 코바코 임직원은 296명이다. 305명이던 2011년 이후 거의 그대로다. 2007년 8093만원으로 공공기관 1위이던 평균 연봉은 지난해 8765만원으로 늘었다. 직장인 평균 연봉(2023년 기준 4356만원)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경영평가에서도 2023년 ‘아주 미흡(E)’, 2024년 ‘미흡(D)’ 등 낙제점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 광고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들 전망이어서 공공기관으로서 코바코의 역할은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해마다 “광고 대행 시스템은 한 세대 지난 사업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변화가 예상된다.

탄광을 개발하고, 무연탄을 생산·공급하는 대한석탄공사도 지난 6월 마지막 국영 탄광인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역할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 때문에 폐업도, 다른 공공기관과의 합병도 쉽지 않다.

정부 부처 산하 비영리법인에서도 산업 구조 변화를 외면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인쇄진흥재단과 대한인쇄문화협회,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는 모두 인쇄산업 발전을 목표로 설립됐다.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인 인쇄업은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와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지만 비슷한 공공기관의 중복 지원이 이를 막는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나왔다. 그런데도 문체부는 2022년 인쇄진흥재단 설립을 추가로 지원했다.

우편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시장 축소에 맞춰 공기업화를 검토할 만한 조직으로 꼽힌다. 예금, 보험 등 일반 금융회사와 비슷한 업무 성격상 공무원 조직보다 공기업 형태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임직원 3만여 명이 모두 공무원 신분이다.

남정민/정영효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