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반도체 랠리에 웃은 증시…美 구금 사태로 車·배터리 '울상'

입력 2025-09-08 17:09
수정 2025-09-09 01:28

국내 증시가 횡보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시장 흐름과 정책에 따라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제약·바이오, 반도체는 높아진 금리 인하 기대와 미국 빅테크의 호실적 등에 상승세를 타는 데 비해 자동차, 2차전지는 고관세와 한국인 구금 사태 등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美 금리 인하 확실시…K바이오 상승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헬스케어지수의 이달 상승률(4.53%)은 전체 업종 지수 중 가장 높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바이오 투자심리가 회복된 영향이다. 바이오는 대표적 금리 인하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면 연구개발(R&D) 투자 부담이 줄고 그만큼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최근 미국 고용이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자 오는 1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반영했다.


이 같은 훈풍에 외국인 자금이 K바이오 종목으로 유입되며 주가를 밀어 올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올릭스(581억원)와 코오롱티슈진(144억원), 엘앤씨바이오(128억원), 알테오젠(104억원) 등 바이오 종목을 대거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 주가는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 주가 상승률은 9.01%다. 엘앤씨바이오와 올릭스는 같은 기간 각각 57.65%, 47.73% 급등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바이오업종 매수세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투자심리도 개선되는 추세다. 미국 증시가 먼저 반응하면서다. 뉴욕증시에서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주가는 이달에만 각각 12.6%, 10.4% 급등했다. 오픈AI의 칩 생산 수주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은 결과다. 브로드컴이 사업을 확대하면 국내 업체의 납품처도 그만큼 다변화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포착됐다”며 “반도체업종 비중 확대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금 사태로 현대차·LG엔솔 타격자동차와 2차전지주는 미국발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주가 급락을 불러오진 않았지만 현지로 파견된 한국인 직원 구금 사태가 투자심리를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의 합작 배터리 공장 양산은 1년 이상 지연될 것”이라며 “외교적 해결 없이는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동차업종은 관세 협상의 최종 문서화 지연 때문에 일본보다 높은 관세를 물게 돼 이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으로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15%로 낮아졌는데 한국산은 여전히 25%를 적용받고 있다. 이달 들어 KRX 자동차지수는 0.65% 떨어졌다. 은행지수(-1.43%)와 함께 주요 업종 중 드물게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현대차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52배다. 역대 최저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동차업종은 관세, 직원 구금 등 악재의 직격탄을 맞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배당을 받으며 재상승을 기다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