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은 연합국 선물' 독립기념관장 등장에 국회 아수라장

입력 2025-09-08 17:38
수정 2025-09-08 17:39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시민단체 회원들로 보이는 이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20분 가까이 국회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 관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독립정신의 성지이자 공공기관인 독립기념관 위상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극소수 광복회원을 앞세운 정치세력이 겨레누리관을 20일째 불법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천안지역 당원들이 관장 출근 저지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지난 8·15 경축사와 관련해 진실을 왜곡하는 언론사와 불법 점거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법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당당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이 있는 국회 소통관 1층은 곧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시민들이 '김형석 파면', '해임'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매국노", "파면하라", "사과하라"를 외치며 김 관장을 에워쌌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김 관장은 앞을 막아선 시민에게 "당신은 누구냐. 왜 못 지나가게 막는 것이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김 관장은 주차장까지 100m를 이동하는 데 15분 이상 걸렸으며, 일부 시민들 간 몸싸움까지 벌어져 구급대가 출동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현장에 나와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민주당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상습적으로 국민적 분노를 유발하던 김 관장이 오늘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난동을 유발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으켰다"며 "오늘 회견은 결론적으로 목적도, 절차도, 내용도 모두 엉터리였다"고 비판했다. 또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회견 중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기자회견장을 김 관장과 괴조직의 독자 무대로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도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정치 쇼였다"며 "김 관장은 자신의 역사관과 발언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관장은 지난달 광복절 기념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