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불안"…장동혁 발언에 李 "더 셀 줄 알았는데"

입력 2025-09-08 16:48
수정 2025-09-08 16:49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8일 오찬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첫 발언 순서를 양보했고, 그의 발언이 끝나자 "더 세게 하실 줄 알았는데"라고 말해 현장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장 대표는 "여당 대표께서 먼저 하셔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우선 "정청래 대표하고 악수하려고 당 대표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미처 100일이 안 됐다"며 "오늘 이렇게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했다. 뼈 있는 농담이었지만, 장내에선 웃음이 번졌다.

이어 이 대통령에게 3대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그는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 특검이 더 많이 보였다' 등의 우려가 있다"며 "특검의 수사, 여당의 입법 강행들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불확실성이나 불안감은 또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잘 관리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곧 취임 100일을 맞으시는데 그동안 이 짐이 무거우셨을 것 같다"며 "취임 100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증가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이 통과됐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 강력한 적용을 말씀하시면서 건설경기가 악화하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코스피 5000도 허망한 부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협치를 강조하며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를 대통령께서 끝내달라"며 발언을 마쳤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장 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에는 "더 세게 하실 줄 알았는데"라며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정청래 대표의 모두 발언까지 들은 이 대통령은 "장동혁 대표님 말씀에 공감 가는 게 꽤 많다"며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인데 그게 좀 어려운 게 현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화도 자주 하고 소통을 통해서 오해를 최대한 많이 제거하고, 극복할 수 있는 차이들을 최대한 극복해서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그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제 역할인 것 같다"며 "마지막 말씀 중에 '죽이는 정치 이제 그만하고 상생 정치, 모두가 함께 사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은 정말로 옳으신 말씀이고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이 대통령은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며 "그런 의미에서 장 대표님, 정 대표님 하신 말씀 듣고 더 하실 말씀 있으실 텐데 공개적으로 한 번 더 하시라"며 장 대표에게 재차 마무리 발언 기회을 제공했다.

이에 장 대표는 "이런 게 저는 협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당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조금 더 우리한테 양보하라고 말씀하시고, 또 공개 발언도 야당에 한 번 더 발언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국회에서 중요한 협상을 할 때도 대통령께서 여당의 목소리를 한 번 들을 때 야당의 목소리를 두 번 들어주시고, 여당과 한 번 대화할 때 야당과 두 번, 세 번 대화해주십사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 대표와 장 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악수를 했다. 정 대표가 당선 직후 줄곧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대립해왔는데, 이날은 장 대표와 웃으며 악수했다. 정 대표는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때는 광복절 등 공식 석상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었다.

정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중요한 국면에 대통령께서 이렇게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특히 장동혁 대표님과 악수할 그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피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 이렇게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은 하모니 메이커(harmony maker)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