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회사가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 미국 등 기업의 기술력을 베껴 싸게 팔던 중국 회사들이 이제는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 참가한 중국 하이센스의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데니스 리 하이센스 비주얼테크 최고경영자(CEO)가 발표 도중 ‘새로운 직원’을 소개했다. 잠시 뒤 등장한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이 로봇은 리 CEO와 대화를 이어가며 손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로봇이 인사를 하고 무대 밖으로 퇴장하자 강연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쏟아냈다.
하이센스를 비롯해 중국 가전회사들은 IFA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공지능(AI) 가전, 드론, 차세대 모빌리티, 가상현실(VR)·확장현실(XR) 기기 등 첨단 미래 분야에서 놀라운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이번 IFA에 참가한 중국 기업은 694곳으로 최대 규모였다. 이들 업체는 유럽 지역 특성과 생활 패턴을 연구해 AI를 적용한 맞춤형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유럽 가전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베를린=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