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영화센터' 놓고 영화계·서울시 갈등…"전임시장 약속" vs "복합공간 더 효율적"

입력 2025-09-07 17:29
수정 2025-09-08 00:23
오는 11월 서울 충무로에 문을 여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영화센터(조감도)를 두고 영화계와 서울시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일부 영화인은 애초 약속한 ‘시네마테크 원안 복귀’를 요구하고 있고 서울시는 “공공성 확대와 중복 투자 방지 차원에서 변경안이 더 합리적”이라며 맞서고 있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찬욱·봉준호 감독 등 11명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명의로 이달 초 ‘서울시네마테크 원안 복귀·입찰 철회’ 연대 서명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논의 없이 명칭과 용도를 서울영화센터로 바꿔 애초 합의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임인 박원순 시장이 고전·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을 건립하겠다고 한 약속을 근거로 “명칭과 용도를 원안대로 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전·독립영화 상영과 교육, 기록을 전담하는 시네마테크 고유 기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사업 방향을 서울영화센터로 바꿨다. 특정 장르 전용관보다 상업·독립·고전·실험·애니메이션 등 전 스펙트럼을 수용하는 대중적 복합공간으로 설계했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인기로 주목받는 K콘텐츠 팬덤과 관광 수요를 흡수해 지식재산권(IP) 연계 상영·전시·교육 프로그램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도 담았다.

기존 안은 운영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특정 장르 전용관은 관객 풀이 제한적이고 좌석·인력·필름 관리 비용이 높아 세금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고 시는 강조했다. 서울영화센터는 상영·교육·전시·대관을 아우르는 다각적 운영으로 수익원을 분산하고 관객 회전율 상승과 창작 지원, 상권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화감독협회 시나리오작가협회 등 영화계 단체들도 “충무로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한국영화 전체의 공간이 돼야 한다”며 서울시 입장에 힘을 실었다.

기존 안의 중복 투자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이 시네마테크 전용관과 아카이빙 기능을 운영 중이어서 비슷한 시설을 또 지을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영화인 의견을 반영해 독립·예술영화 의무 편성을 검토 중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