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프랜차이즈가 경쟁적으로 매장 주방에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로봇을 들이면 매장 점주는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해결하고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로봇 렌털을 통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로봇 도입이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로봇 도입 속도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방에 로봇을 도입한 프랜차이즈 매장은 최소 8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40~50개에서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촌치킨, bhc치킨, 바른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가 도입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다. 교촌에프앤비는 국내 23개 매장에 튀김 조리용 협동 로봇을 총 30대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점포에도 이 로봇을 들였다. 지난달 28일부턴 반죽 공정을 자동화한 반죽 로봇을 전국 21개 가맹점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교촌은 올해 초 로봇 도입 업무를 전담하는 ‘로봇사업팀’을 신설했다. 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와 협업해 주방 자동화에 필요한 단계별 로봇을 개발해 도입하고 있다. 교촌은 사람이 직접 붓질해 치킨에 소스를 바르는 공정을 강조해왔는데 이 붓질을 대신하는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반죽부터 튀김, 붓질에 이르는 주방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할 것”이라며 “로봇을 도입하면 조리 효율성을 높이고 품질을 표준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bhc치킨은 LG전자와 손잡고 튀김 로봇 ‘튀봇’을 연내 전국 30개 매장에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로봇을 가장 먼저 적용한 곳은 바른치킨이다. 로봇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한 치킨 조리 로봇 ‘바른봇’을 2022년부터 매장에 들였다. 전국 25개 매장에 도입했는데 전체 가맹점 수 대비 도입률이 13.4%로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높다.
BBQ치킨도 지난해 말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네온테크와 제휴를 맺고 자동 튀김 기계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BBQ는 기술을 충분히 고도화한 뒤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로봇사업팀’ 꾸리고 연구개발맘스터치는 주방 자동화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연내 테스트를 시작해 이르면 내년 현장 적용에 나설 예정이다. 맘스터치는 버거와 치킨 제조 공정에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패티 로봇 등이 개발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가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치솟는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튀김 로봇은 월 150만원 전후 금액으로 렌털할 수 있다. 로봇 가격은 대당 5000만원이 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빌려주고 있다. 본사는 로봇 렌털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대신 로봇을 도입하면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로봇 도입으로 튀김 구역을 분리하면 화상 사고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주방 내 오염물질 농도를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며 “특히 치킨 매장에선 유증기로 바닥이 미끄러워져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많은데 이 또한 예방 가능하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서는 향후 수년간 로봇 도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로봇은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인력난까지 해소할 최적의 해법”이라며 “노동법 규제 등이 강화될수록 로봇 도입이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