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구 뚜껑이 안 열려"…2억짜리 BMW 차주 분노한 사연

입력 2025-10-06 11:56
수정 2025-10-06 11:57

억대 수입차를 샀지만 사소한 부품 고장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BMW 등 일부 수입 차량의 주유구가 열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주유소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2억짜리 자동차인데...잔고장에 '골머리'지난 8월 이모씨(40)는 주유소에 들렀다가 갑자기 주유구가 열리지 않자 얼마 남지 않은 기름으로 겨우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는 주유구 커버를 강제 개방 해야 한다며 수리를 위해 며칠간 차량을 맡겨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대차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가용 차량이 부족하다”는 말뿐이었다.

이씨의 차량은 BMW 740i 2023년식 모델이다. 가격은 1억 7630만원 수준이며 취득세와 옵션 등을 포함하면 2억 상당이다.

포털사이트에 ‘BMW 주유구 안열림’을 검색해보니 비슷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원인은 주유구 여닫이를 담당하는 '액추에이터(구동 모터)' 고장이었다. 액추에이터는 전기 신호를 받아 주유구 커버를 잠그거나 푸는 핵심 부품이다. 접지 불량이나 전기 신호 오작동으로 액추에이터가 주유구를 아예 잠궈 버릴 수 있다. 볼트 하나 정도 되는 작은 크기의 모터가 고장 나면 주유구 전체를 교체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부품 하자도 리콜 사유…"소비자 권리 강화돼야"수입차의 경우 국내 부품 수급 문제도 불편을 키운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주유구는 소모품 성격의 부품이라 고장 빈도가 높지는 않다”며 “국내 보관량은 제한적이라 필요 시 해외에서 부품을 수급해야 해 수리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번에는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이라 무상 수리를 받았지만 보증이 끝나고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십만원을 들여 고쳐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5개월간 자동차 정비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953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73.3%가 하자 재발 등 정비 불량에 해당했다.

이씨는 무상 수리를 받았다는 이유로 소비자원에서도 민원 접수를 받아주지 않자 결국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피해 사실을 접수했다.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 2019년 1월부터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2만㎞ 이내에 동일 결함이 반복되거나 중대한 안전 하자가 발생하면 교환·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레몬법(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러나 반복적 하자를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고 실제 적용 사례가 드물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유구 고장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이유로 제조사와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며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