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자주 붓고 림프순환이 안 된다면 사이프러스를, 숙면이 어렵다면 라벤더를 넣어보세요.”
서울 서초동 올리브영 센트럴 강남 타운. 이 건물 4층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다. 올리브영 VIP 고객만을 위한 전용 라운지다. 지난주 이곳에선 단 16명의 VIP를 위한 맞춤형 아로마 오일 클래스가 열렸다.
클래스를 진행한 아로마 헤어·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 관계자가 “각자 불편한 증상을 체크해보고, 아로마 오일을 배합해보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각자 자신 앞에 있는 공병에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렸다.
‘국내 대표 뷰티 커머스’ CJ올리브영이 VIP 전담 관리에 나섰다. 기존에는 할인쿠폰 지급 등 구매 연계 서비스에 그쳤는데 최근엔 고급 백화점 못지않은 체험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VIP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와 소수 정예 클래스 등이다. 최근 각 브랜드가 자사몰에서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등 자체 유통 채널을 키우기 시작하자 ‘록인 효과’(소비자 이탈 방지)를 노리고 차별화 서비스에 나섰다.
6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작년 말 혁신 매장인 ‘올리브영N 성수’에 이어 지난달 ‘올리브영 센트럴 강남 타운’에도 VIP 전용 라운지를 열었다. 최근 6개월간 구매액이 7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이면 강남 라운지만, 100만원 이상이면 강남·성수 라운지(사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라운지에선 음료와 스낵이 모두 무료다. 매달 인기 브랜드의 소수 정예 뷰티 클래스도 연다. 지난달 북미에서 ‘K마스크팩’으로 인기 높은 ‘바이오던스’의 피부관리법 클래스를 진행했다.
CJ올리브영은 백화점을 벤치마킹해 VIP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구매 기준 상위 고객 999명을 ‘트리니티 회원’으로 구분하고 밀착 관리한다. 전용 라운지에서 미쉐린 레스토랑 셰프가 만든 디저트를 주고, 프라이빗 문화·예술 행사 초청 및 주차 혜택 등을 제공한다. 연간 수억원을 써야 트리니티 회원이 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VIP 등급을 받기 위해 연말에 집중적으로 소비하곤 한다.
이는 CJ올리브영이 VIP 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다. 매대 공간을 줄이고 VIP 라운지를 만들면 단기적으론 점포 매출이 줄어든다. 하지만 VIP 전용 서비스를 강화하면 상위 등급에 들고자 하는 이들이 구매를 늘리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매출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컬리도 최근 같은 이유로 상위 구매 고객 999명을 VIP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