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훔친 프로야구…1200만 관중 시대 열린다

입력 2025-09-05 17:28
수정 2025-09-08 17:10

“티켓 구하기 너무 힘들어요.”

야구팬들 사이에서 올 시즌 가장 자주 오가는 하소연이다. 개막 직후부터 이어진 매진 행렬로 프로야구 입장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예매 오픈과 동시에 수만 명이 몰리며 대기 순번이 수천 번을 넘어가는 건 일상이다. 티켓 구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암표 거래까지 성행하는 등 프로야구 입장권을 둘러싼 풍경이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순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의 흥행 열기는 올여름 폭염에도 꺾이지 않았다. 그 결과 2년 연속 1000만 관중 시대를 넘어 역대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2030 여성 중심의 팬덤 문화, 더 빠르고 짧게 즐길 수 있는 경기, 인기 구단의 흥미로운 순위 싸움 등이 흥행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2030 여성 중심…이제는 1200만 시대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이날 열린 3경기에 총 5만2119명이 입장했다. 이로써 올 시즌 누적 관중 1090만1173명을 달성해 지난해 세운 역대 최다 관중 기록(1088만7705명)을 경신했다. 이날 기준 85경기가 남아 있고, 매 경기 평균 관중 1만7000명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상 첫 12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도 흥행의 중심은 2030 여성 팬이다. 티켓링크 집계에 따르면 시즌 누적 온라인 예매자의 57.5%가 여성으로, 2023년(51.4%)보다 약 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전체 예매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20~30대 예매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시즌 20대 60.2%, 30대 54.1%에서 2025시즌 20대 63.6%, 30대 56.9%로 증가했다.

KBO는 자동 볼 판정시스템(ABS)과 피치 클록 도입으로 공정성과 속도감을 동시에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이닝 기준 올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2분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 8분 줄었다. KBO 관계자는 “공정성을 중시하고 스피디한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에게 KBO의 다양한 노력이 어필됐다”고 자평했다.

‘더 짧게’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는 점도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KBO는 지난해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새로 체결하면 40초 내 경기 영상을 팬들이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팬이 온라인상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며 야구 영상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런 현상이 20~30대 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KBO는 평가했다. ◇LG 독주, 한화·롯데 돌풍 큰 힘프로야구 흥행에 최고 인기구단 LG의 1위 질주가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LG가 올 시즌 불러들인 관중은 137만9236명으로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다인 17번째 시즌 1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아울러 64번의 홈 경기에서 37경기나 매진(2만3750석)을 기록했고 평균 관중은 2만1551명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이은 2위다.

‘만년 꼴찌’ 한화와 롯데의 돌풍도 올드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였다. 현재 2위를 달리는 한화는 올 시즌 홈 66경기에서 111만2840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구단 역사상 홈 100만 관중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올 시즌 평균 관중은 1만6861명으로 좌석 점유율이 99%가 넘는다. 올해 포스트시즌행 희망이 살아 있는 롯데도 올 시즌 홈 66경기에 138만572명이 찾아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