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병원에 돌아온 MZ와 '낀 세대'의 고민

입력 2025-09-05 17:06
수정 2025-09-06 00:05
길었던 의정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지난 1일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왔다. 모든 인원이 복귀한 것은 아니지만, 진료실과 병동엔 오랜만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지난 1년 반 동안 쌓인 실망과 불신, 동시에 싹튼 기대와 반성의 무게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앞에는 다시 시작되는 세대 간 ‘소통 실험’이 놓여 있다.

흔히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과 Z세대를 묶은 MZ세대로 구분한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 X세대의 꼬리와 MZ세대의 머리 사이 어디쯤 걸쳐 있는 이른바 ‘낀 세대’다. 위로는 권위적인 문화를 겪었고, 아래로는 자유롭고 합리적인 MZ세대와 살아간다. 두 세대를 잇는 역할을 하는 ‘다리 세대’이기도 하다. 다리 위에 서 있으면 시야는 넓지만, 바람도 세게 맞는다.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MZ 전공의들은 “왜 해야 하는가”를 묻고, 설명이 없으면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 세대 교수들은 ‘그냥 시키는 대로 했다’는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관점이 달라 때로 충돌하기도 한다. 이 현상은 병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의 신입사원과 중간관리자 사이에서도 매일같이 벌어지는 풍경일 것이다.

낀 세대 교수로서 느끼는 솔직한 고민은 이렇다. 우리는 선배 눈에 ‘후배’이고, 후배 눈에는 ‘꼰대’로 보이기 쉽다. 그런데 바로 그 곤란한 위치가 사실은 기회이기도 하다. 두 세대를 다 경험했기에 두 언어를 동시에 해석할 수 있다. 위에서는 인내와 끈기를 배웠고, 아래에서는 수용력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배웠다. 다리 세대는 그 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그렇다면 젊은 전공의들과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현명할까? 필자가 고민해 본 결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렇게 해라”보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 피드백은 명확해야 한다. 두루뭉술한 말보다 잘한 점과 개선할 점을 분명히 짚어주는 게 좋다. 빠르고 구체적인 피드백은 서로 눈치 보는 시간을 줄이고 오해를 막는다. 공감의 언어를 건네라. “나도 그 시절 힘들었어”보다는 “너도 힘들지?”가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작은 공감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문다.

전공의들이 돌아온 병원은 다시 분주해질 것이다. 환자를 돌보는 일은 늘 긴박하고, 젊은 의사들은 그 속에서 배우고 성장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중간 세대 교수는 단순히 가르치는 스승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동료가 돼야 한다.

결국 목표는 같다. 환자를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 고민은 병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눠야 할 숙제다. 다리 위에 선 세대가 맡은 역할은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지만, 바로 그 다리 덕분에 길은 이어진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