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직 사퇴 거부하다 응급실 실려간 與구의원…서울시당 징계 검토

입력 2025-09-05 18:47
수정 2025-09-08 15:51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인숙 서울 양천구의회 의장이 응급실에 실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후반기(2024~2026년) 의장 자리는 양천구 갑·을 의원들이 1년씩 번갈아가면서 맡기로 했는데 윤 의장이 사퇴를 거부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을 하다 쓰러진 것이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윤 의장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서울시당은 지난 2일 단식 투쟁 중이던 윤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윤 의장은 조사를 받은 직후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당 관계자는 윤 의장에게 이달 말 예정돼 있는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나와 본인의 입장을 밝히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천구는 행정동에 따라 갑과 을로 나뉜다. 구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 9명 중 4명은 황희 국회의원(양천구갑), 5명은 이용선 국회의원(양천구을)을 지지한다. 지난해 3선의 임정옥 의원과 재선의 윤 의원이 의장 후보로 나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회의장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거쳐 두 의원이 1년씩 의장을 맡기로 합의했다. 윤 의원의 임기는 예정대로라면 지난 8월 1일 끝났어야 하지만 그가 약속대로 바통을 넘기지 않았다는 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윤 의원은 입장문에서 "지방자치법상 구의회 의장 임기가 2년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임기를 1년씩 나눠 갖자는 합의와 사퇴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6일부터 단식 투쟁을 했다. 그는 "민주갑 1년·민주을 1년, 의장 임기 쪼개기 선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윤 의장이 다른 속내를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의원은 "개인이 약속했던 걸 지키지 않으려고 하면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다른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의장직을 내려오겠다고 했는데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무리하게 단식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기자는 윤 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광역·기초 의회 구성원들의 자질 검증을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없이 뽑히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양천구의 경우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 16명(비례대표 제외) 중 14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다른 지방의회 관계자는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들에 비해 역량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권위의식이 높다"며 "언론과 시민사회가 지방의회를 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