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드레스만 다섯 벌이 넘어요." 워킹맘 김모 씨(38)는 아침마다 5살짜리 딸과 전쟁을 치른다. 공주가 되고 싶은 딸 아이가 반짝이는 코스튬 드레스를 입고 불편한 구두까지 신고 유치원을 가겠다고 매일 떼를 쓰기 때문이다. 김 씨가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은 샤스커트나 레이스 블라우스 같은 ‘실용적이면서도 공주 감성을 살린 옷’이다. 그는 “딸 아이와 커플룩으로 맞춰 입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을 만큼 트렌디한 공주 감성의 옷을 고른다. 아이도 만족하고 저도 즐겁다”고 말했다.
국내 여아복 시장에선 ‘공주룩’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아동 성장 과정에서 4~7세 사이의 ‘프린세스 시기’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고정 수요로 자리 잡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문화가 강한 MZ세대 엄마들이 일상 속에서도 모녀 커플룩을 선호하며 ‘세분화된 공주룩’ 소비를 이끄는 경향도 있다.
7일 이랜드리테일에 따르면 여아용 패션 브랜드 로엠걸즈는 올해 봄·여름(S/S) 시즌부터 여아 라이프스타일을 3단계로 구분했다. △등원·하원용 실용적 아이템인 데일리 공주 △모녀 커플룩을 겨냥한 미니미 공주 △생일·결혼식·콩쿨 등 이벤트용 스페셜 공주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 전략이 여자아이와 여아를 키우는 엄마들 수요를 모두 만족시키며 지난 7~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특히 2단계 ‘미니미 공주’가 성장세를 주도했다. 샤·레이스 디테일, 회전 시 퍼지는 실루엣, 리본 자수 데님 등 성인 트렌드를 아동복에 녹여낸 스타일이 주력이다. 원피스와 데님 카테고리는 2분기 기준 각각 40%, 55% 매출이 뛰었다. 엄마 세대 취향을 반영한 ‘딸과 함께 입는 공주룩’이 MZ세대 젊은 엄마들의 공감을 얻은 셈이다.
‘스페셜 공주’ 아이템들은 레이스·시퀸·튈 소재를 활용한 화려한 드레스와 발레슈즈, 퍼 머플러 등 판타지 요소를 극대화했다. 주로 생일파티나 결혼식 등 가족 기념일, 콩쿨 등 특별한 날을 위한 드레스업 아이템으로 꼽힌다. 이 제품들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가 많다. ‘불편한 소재·무게·핏’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직접 입혀보고 특별한 날을 준비하려는 수요인 셈이다.
1994년 론칭한 로엠걸즈는 최근 들어 마케팅 전략을 엄마 세대의 추억을 딸 세대까지 이어가는 브랜드로 잡았다. ‘세대 간 브랜드’로 인식해 재구매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이랜드 PB 아동복 13개 브랜드의 통합 원단 개발 시스템을 활용해 고급 소재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고, NC·뉴코아 등 자사 유통망을 통해 가격 접근성을 유지하는 것도 강점이다. 덕분에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공주룩은 체험형 소비로도 이어진다. 일례로 롯데월드의 ‘퍼레이드 워킹 패키지’도 인기다. 아이들이 직접 퍼레이드에 참여해 공주가 되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데, 드레스 대여부터 헤어·메이크업, 장신구 대여까지 포함됐다. 세부적으로는 공주와 왕자로 변신한 뒤 퍼레이드 행렬에 있는 트램카에 탑승하는 ‘트램카 패키지’(최소 20만원), 직접 요정이나 공주로 변신해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퍼레이드 워킹 패키지’(최소 10만원), 퍼레이드 한가운데서 행렬을 이끄는 대형차에 타는 ‘퍼레이드 컨셉카 패키지’(50만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3시간 동안 변신을 거쳐 30분간 퍼레이드에 참여하게 되는데, 비싼 비용에도 수요가 많다.
로엠걸즈 관계자는 "SNS를 활용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아이의 일상부터 특별한 순간까지 모든 걸 기록하고 공유하려는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