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쓰지마" 정부 압박에도…中 기업 "H20 원해"

입력 2025-09-05 11:28
수정 2025-09-05 11:29

중국 정부의 엔비디아 칩 사용 제한에도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엔비디아 제품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알리바바 등은 중국 반도체 기업인 화웨이, 캠브리콘보다 엔비디아의 칩 성능이 더 좋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자국 반도체 업체들의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엔비디아의 'H20' 칩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중국 반도체 업체의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로 엔비디아 칩의 탄탄한 수요를 꼽았다. 소식통들은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에 H20 칩 주문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가 3개월 만인 7월 이를 해제했지만 아직 엔비디아는 H20 칩을 배송하지 않는 중이다. 엔비디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H20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계약했다. 이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어 제품 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최근 엔비디아는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은 또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후속 제품인 가칭 'B30A' 소식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B30A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설계 구조인 '블랙웰' 기반의 제품으로 성능이 H20의 최대 6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제품의 가격은 H20 칩의 두 배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20은 현재 1만2000달러(약 17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가 B30A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엔비디아는 중국 내 시장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자 "경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만 답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반면 화웨이·캠브리콘 등 중국 반도체기업과 알리바바·바이트댄스·텐센트 등 기술 기업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첨단 AI 칩 접근성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좌우하는 핵심 축 중 하나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하는 H20과 B30A 등은 모두 최신 제품보다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다운그레이드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중국 기술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를 써야 중국의 기술 종속을 유도할 수 있고 화웨이와 같은 중국 경쟁사도 견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H200이나 B200 등 최신 AI 칩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 정부의 엔비디아 칩 수출 통제를 무역 협상을 통해 해소한 이후 돌연 자국 기업에 H20 칩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중이다. 중국은 기업들에 H20 칩을 쓰는 이유를 제시하라고 하거나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면 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아직 엔비디아 칩의 구매를 막는 공식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