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 '질권 실행 통한 M&A' 관심

입력 2025-09-05 16:00
이 기사는 09월 05일 16: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채권자 신한캐피탈이 정육각과 함께 진행하는 초록마을의 인가 전 인수합병(M&A)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규 인수자가 신한캐피탈이 보유한 초록마을 지분 99.8%에 대한 질권을 실행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채권자와 협의해 법원 회생 절차를 종결시키는 구조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법무법인 로집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초록마을 잠재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안내문을 배포했다. 매각 대상은 구조화법인(SPV) 초록이에스지가 보유한 초록마을 지분 99.8%로, 해당 주식은 신한캐피탈이 1순위 근질권자로 설정돼 있다. 거래 가격은 50억원 안팎이 거론된다.

눈에 띄는 건 '질권 실행을 통한 M&A'라는 전례 없는 인수 방식이다. 인수자가 신한캐피탈과 주식매매약정서를 체결하고 나면 인수자는 질권 실행을 통해 주식 소유권을 확보하는 식이다. 이는 회생절차 밖에서의 M&A로, 인수자는 추후 채권자들과 협의해 법원에 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해야 한다.

일반적인 회생절차상 M&A와 가장 다른 점은 회사로 자금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수 대금은 매각 측인 신한캐피탈에 돌아간다. 채무 변제나 유상증자를 위한 자금 투입이 필요없어 인수자 측의 부담을 최대한 덜고, 인수 뒤 자금 운용을 어떻게 할지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공개입찰로 진행되는 인가 전 M&A보다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신한캐피탈은 정육각의 최대 채권자다. 2022년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900억원에 인수할 때 약 3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제공했다가 이를 인수금융으로 전환하고 초록마을 지분 99.8%에 대한 질권을 설정했다. 신한캐피탈이 직접 질권을 실행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수도 있지만,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자문사 도움을 얻어 질권 실행을 통한 M&A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난도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매각 측이 제안하는 방식으로 M&A가 이뤄지면 초록마을이 진 빚은 회사에 그대로 남는다. 6월말 기준 초록마을 부채는 384억원이다. 이는 초록마을이 추후 영업활동으로 갚아나가야 한다. 초록마을은 최근 5개년 연속 영업적자 및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매각 측은 초록마을 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상거래채권(298억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상거래 채권자와의 영업망을 유지할 수 있는 채무 승계가 채무 탕감보다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또한 사업 실패가 아닌 정육각의 과도한 레버리지 인수, 현금유출 등 재무적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매각 측은 "질권 실행을 통한 M&A는 사실상 법원 ARS(자율적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효과를 낸다"며 "이것이 초록마을의 산업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