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고가의 명품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전날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포옹했을 때 착용한 손목시계는 스위스 명품 시계 IWC 샤프하우젠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제품은 IWC 공식 홈페이지에 1만4100달러(약 2000만원)에 판매된다고 올라와 있다.
레핀 회중시계에서 받은 영감으로 1980년대에 제작된 포르토피노는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으로 어떤 의상과도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다. 다이아몬드 적용 여부와 크기, 가죽 스트랩 등 다양한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어 스위스 시계에 대한 애착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9월 러시아 방문 당시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다양한 공개석상에서 이 시계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김여정 부부장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올의 검은색 '레이디 디올' 핸드백을 들고 나타났다. 해당 모델은 '블랙 울트라 매트 까나쥬 송아지 가죽' 라지 사이즈다. 현재 디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895만원의 미디움 사이즈까지만 판매 중이다. 과거 라지 사이즈는 9400달러(약 1300만원)에 판매됐다.
이 가방도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김 부부장이 2023년 러시아 방문 당시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대북제재위원회는 해당 가방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사치품 대북 수출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디올에 확인 서신을 보냈고, 디올 측은 "우리 핸드백 모델인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데, (사진만으로는) 진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디올은 "이 모델은 2019년 2월 처음 출시된 제품"이라며 "상시 판매 컬렉션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판매되며,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디올은 사치품의 대북 판매·이전 등의 금지 규정을 준수한다"며 "공급 네트워크는 모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이날 2023년 구찌 선글라스를 착용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백두혈통'의 명품 사랑이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따라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을 명시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외교행낭이나 제3국을 통한 우회 경로로 명품을 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6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 주애가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때에도 이설주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GG 마몽 미디엄 숄더백(400만원)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주애는 스위스 명품 까르띠에의 베누아 워치로 추정되는 제품을 착용했는데, 이 시계는 국내 공식몰 기준 3080만원으로 핑크골드 바디에 4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총 0.48캐럿)가 세팅된 고가 제품이다.
NK뉴스는 "김정은 일가의 명품 과시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외국의 고가·사치품을 '부르주아 문화'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