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스 '글로벌 경쟁'…유니레버도 고추장 만든다

입력 2025-09-04 17:13
수정 2025-09-15 16:27
세계적으로 한국 음식에 관심이 높아지자 K소스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내 식품사들의 수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글로벌 식품사도 K소스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4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이 제공하는 무역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K소스 수출액은 2억9593만달러(약 4122억원)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4억40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억18만달러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현지 생산 물량 확대를 고려하면 K소스 시장은 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식품사 중 K소스 수출을 선도하는 회사는 5곳이다. CJ제일제당, 대상, 동원홈푸드, 오뚜기, 삼양식품이다. 최근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가 B2B(기업 간 거래) 소스 수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중견기업까지 수출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의 K소스 수출 전략은 B2B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투 트랙’이다. 해외 레스토랑과 프랜차이즈 등에 한국식 소스를 공급하는 것이 B2B 전략이다. 삼양식품이 최근 미국 중식 프랜차이즈인 판다익스프레스에 불닭 소스를 공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영국 퀵서비스 레스토랑 체인 ‘잇슈’ 80개 매장에 쌈장을 공급했다.

B2C 전략은 식탁에 놓고 음식을 찍어 먹는 ‘테이블 소스’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미국에서 케첩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리라차 소스가 테이블 소스의 성공 사례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미국 현지 마트에서 고추장 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기존 고추장보다 식감을 묽게 만들되 매운맛을 줄인 게 특징이다. 동원홈푸드는 저당 소스 브랜드 ‘비비드키친’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아마존에 입점했고, 하반기 하와이 대형 마트인 샘스클럽에 공급할 계획이다.

글로벌 식품사들도 K소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속속 참전하고 있다. 글로벌 소스 전문 회사인 하인즈는 올해 한국식 바비큐 소스를 출시했다. 유럽에 기반을 둔 식품사 유니레버도 인도 시장에서 고추장 소스를 내놨다. 굴 소스로 유명한 이금기도 한국식 숙성 양념 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 매코믹앤드컴퍼니는 최근 B2B용 한국식 고추장 바비큐 시즈닝을 출시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소스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지 유통에 유리한 글로벌 식품사들이 K소스를 베껴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식품사들의 속도전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