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A씨는 최근 암 진단을 받고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위해 보험사에서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체결했다. A씨는 보험금 6억원을 신탁하면서 “자녀 두 명에게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는 매달 각 300만원씩 지급해 생활비와 교육비로 활용하고, 대학 입학 시점에는 각 1억원씩, 이후 졸업 시 남은 금액을 자녀가 일괄 수령하게 해달라”고 조건을 걸었다. A씨 자녀들이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만큼 자금을 받아 안정적인 학업과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 50대인 B씨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 보험금 6억6000만원을 신탁했다. 신탁계약을 통해 사망 시 보험금의 일부는 한꺼번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첫 10년간 매월 300만원, 그 이후에는 매월 250만원씩 지급하도록 세밀하게 조건을 붙였다. 아들이 앞으로 스스로 돈을 관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방식대로 재산을 물려주려는 수요가 늘면서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보험 가입자이자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이 보험금을 보험사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맡겨 운용·관리하고, 미리 설정한 조건과 시점에 따라 상속인(수익자)에게 주는 신탁상품이다. 자신이 사망한 후 남겨질 가족이 보험금을 어떻게, 얼마씩, 언제 받을지 구체적으로 미리 정해두는 제도로 지난해 11월 최초로 시행됐다.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주계약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의 일반사망보험에서 보험계약자·피보험자·신탁계약자(위탁자)가 동일한 경우에만 설정이 가능하다. 신탁사와 상담을 통해 신탁 계약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계한다. 신탁 계약서에는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이후 기존 보험계약의 수익자를 신탁사로 변경해 보험계약자 사망 시 생명보험사가 신탁사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신탁사는 지정된 대로 보험금을 운용 및 관리한다. 이후 신탁계약에 따라 지정된 조건과 방식에 맞춰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나눠 지급하게 된다.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통상 가족 보호 용도의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의 상태, 경제력, 나이, 건강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보험금을 관리하고 지급하는 조건을 세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횡령과 분쟁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보험금을 한 번에 받게 될 경우 발생 가능한 가족 간 분쟁, 부정 소비, 사기 등으로부터 자산을 지킬 수 있다. 전문적인 자산 관리도 장점이다. 신탁사는 법적인 보호 아래 전문성을 가지고 자산 분배와 운용·관리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신탁계약 체결 시 유의할 사항도 있다. 사망보험 주계약의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보험금만 신탁 대상이 되며, 재해와 질병사망 특약에 따른 보험금은 제한이 따를 수 있다. 또한 계약자·피보험자·위탁자가 동일해야 하고 신탁 수익자의 범위는 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로 제한된다. 특히 신탁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대출이 없어야 하며, 신탁 기간 중 대출을 받거나 보험료 미납 또는 계약 해지 시 신탁이 무효가 된다.
생명보험협회 측은 "사망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금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남겨질 가족에게 더욱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