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원 4명이 지자체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 특혜 대가로 민간업자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현직 도의원들이 무더기로 구속 송치되는 초유의 사태다. 도의회의 윤리 의식이 퇴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4일 박세원(화성3), 이기환(안산6), 정승현(안산4) 도의원과 공범 등 5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최만식(성남2) 도의원과 김홍성 전 화성시의회 의장, 자금 세탁책 등 6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ITS 사업체 대표 김 모 씨로부터 수천만 원에서 2억8000만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차명계좌를 활용해 뇌물을 전달했고, 세탁 책들은 세금계산서 발행 등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박 의원 차명계좌에 남아 있는 1억40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 법원 인용 결정을 받았다.
현직 도의원의 뇌물 구속 사건은 2015년 도시개발사업 로비 사건 이후 10년 만이다. 2009년, 2013년에도 도의원이 시공업체·골프장 업자로부터 뇌물을 챙긴 전력이 있다. 반복되는 금품 비리에 ‘도의회의 자정 능력은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도의회는 지난 7월 전원 참여 ‘청렴 서약식’을 열어 금품·향응 수수 근절을 다짐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며 서약은 공허한 선언으로 전락했다. 온라인 여론도 싸늘하다. “청렴 슬로건은 보여주기용” “세금이 낭비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 배정을 명목으로 금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나며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특조금은 도지사가 재량으로 시군에 지원하는 재원이나, 기준과 시기가 불투명해 오래전부터 로비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조금 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 혐의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정진욱 기자
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