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전면전?…의협, 불법 대체 조제 신고센터 가동

입력 2025-09-04 16:38
수정 2025-09-04 16:42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연내 입법화를 앞둔 가운데, 의사단체가 ‘불법 대체 조제 피해 신고센터’를 개소하며 직역간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불법 대체 조제로 발생할 수 있는 환자 안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전날 ‘불법 대체 조제 피해 신고센터’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과 관련된 것이다. 개정 약사법은 약사가 처방된 약을 동일 성분의 다른 약으로 대체해 조제할 때 의사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일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약품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협의체 설치와 성분명 처방을 통한 대체 조제 허용을 담은 별도 법안을 발의했다.

의협은 대체 조제가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고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환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체 조제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의협 신고센터는 대체 조제 관련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사실 확인과 위법 여부 판단을 거쳐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행정적 조처를 할 계획이다. 또 대국민·대회원 캠페인을 통해 불법 대체 조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신고 참여를 독려할 방침이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대체 조제 과정에서 환자 동의 절차가 무시되거나 불법적인 관행으로 환자 안전이 위협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히 의약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약사계는 이미 합법적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의사들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약국에서는 대체 조제를 시행하면 전화나 팩스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해당 사실을 의사에게 알렸는데, 개정안이 최종 입법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털을 통해 전산 통보가 가능해진다. 전산 기록이 남아 사후 확인이 용이할 뿐 아니라, 동일 성분의 저가 의약품 활용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제약사 리베이트 문제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14일 공식 성명을 통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2026년까지 ‘대체조제 사후 통보 간소화’와 ‘품절 약 수급 상황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비롯해 필수 의약품 성분명 처방 촉진, 수급 불안정 의약품 생산 지원 확대, 민관협력 ‘공공 생산 네트워크’ 수립 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