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가능성 높다"…황의조 항소심도 집행유예 2년 선고

입력 2025-09-04 15:49
수정 2025-09-04 15:50

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조정래·진현지·안희길 부장판사)는 4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황의조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와 함께 20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유지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촬영 및 유포 행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촬영물 역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이라며 “피고인의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황씨에게는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언론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 일부를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한 점 등이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피해자를 배려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상통화 녹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녹화 사실을 알았다면 자기 모습을 노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녹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부작위만으로는 성매매처벌법상 위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황의조가 1심 선고 수개월 전 피해자에게 2억 원을 공탁한 점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했고, 이는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기습적인 공탁은 아니었고, 피해 영상 삭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 점은 참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황의조는 유출된 촬영물을 개인 비용을 들여 삭제하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황의조는 항소심 선고 직후 별다른 발언 없이 법정을 떠났다. 그는 이날 오후 법정에 출석하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 1심 공판 당시에는 눈물을 보이며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를 매일 반성하고 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거듭나겠다”고 최후 진술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023년 6월 황의조의 형수가 스스로 전 연인이라 주장하며 SNS에 폭로 글을 올린 데서 비롯됐다. 황의조는 처음에는 해당 게시글과 사진·영상이 허위라고 주장하며 고소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 2명에 대한 불법 촬영 정황이 확인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성관계 중 상대방의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하거나 영상통화 장면을 녹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한편, 황의조의 형수로 알려진 이 모씨는 사생활 영상 유포 및 협박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