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임대주택, 도심에 빠르게 공급할 방법이 있습니다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5-09-11 06:29
수정 2025-09-11 16:57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향후 공급 물량이 워낙 부족해 가격이 재차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신규 택지 확보와 유휴부지 발굴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빨라야 8~10년 뒤에나 입주가 가능하며, 일부 사업은 공사비 급등으로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강벨트나 목동 등지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수주하고 있지만, 강북이나 경기도는 분담금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과천이나 분당 정도만 그나마 관심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

유휴부지를 확보하더라도 저가 임대주택 유입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인해 개발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공급 대책에 포함했던 부지들이 아직 삽조차 뜨지 못한 이유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재차 유휴부지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내 대규모 기업형 임대주택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지상 철도 구간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역~용산역, 노량진역~구로역 구간은 지하화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지상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철도 주변이 낙후되어 있어 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고, 공사비 증가로 사업성이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지하화 대신 지상 철도 상부를 복개해 데크를 설치한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 방식은 공사 속도가 빠르고 유지 관리도 용이합니다. 지하화의 경우 환기 시스템 설치 등 관리 비용이 많이 들지만, 데크 위에 초고층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됩니다.

실제 사례도 존재합니다. 용산역, 영등포역, 평택역 등은 철도 운영과 동시에 상부에 데크를 설치해 복합 역사를 조성했습니다. 일본 도쿄 신주쿠역 역시 14개 노선이 지나는 철도 역사 상부에 데크를 설치해 초고층 빌딩과 고속버스 터미널을 건설했고, 현재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 나고야역과 교토역 역시 철도 상부 개발을 통해 상업·주거·호텔 시설을 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도 같은 방식으로 공사가 가능한 구간을 선정해 데크를 설치하고, 그 위에 30~49층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을 빠른 절차로 건설한다면 5년 안에 입주가 가능합니다. 데크 양측에는 계단형 공원을 조성하고, 공기 순환을 위한 개폐구를 설치해 소음과 진동을 줄이면 주변 환경도 크게 개선됩니다. 하부 일부 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해 소음을 차단하고 생활 편의도 높일 수 있습니다.

토지는 코레일 소유이고 서울시가 인허가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행정 절차도 크게 단축이 가능합니다. 공사 방식이 표준화되면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코레일, SH공사, 운영·투자업체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리츠 방식으로 추진하고, 30% 이상을 공모해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철도 인접 부지를 활용한 초고층 임대주택은 입지가 우수하고 교통 환경도 뛰어나 공실률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리고, 철도 주변 환경을 개선하며, 궁극적으로 월세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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