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만점 가능"…'조회수 1억' 볼링 이승훈의 첫번째 레슨 [체육복음④]

입력 2025-09-05 07:47
수정 2025-09-05 11:11
생활 체육의 열기가 뜨겁다. 종목이 다양해지고, 인스타그램·유튜브를 중심으로 ‘운동 셀럽’들이 등장하면서 운동은 더 이상 일부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 문화가 됐다.

'체육복음'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운동을 통해 얻은 소신과 행복, 건강,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생활 체육인을 만나본다.

경기도 고양의 한 볼링장. 레인 위로 묵직한 소리가 퍼지고, 곧이어 핀이 쓰러지는 경쾌한 소리가 뒤따른다. 그 사이에서 검은 유니폼을 입고 남다른 스핀을 선보이는 인물이 있다. 바로 '볼링이선생'으로 더 잘 알려진 이승훈 프로(29)다.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하며 볼링 대중화를 이끄는 대표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릴스 하나가 5000만 회를 넘겼고, 다른 영상들도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숏츠 '고딩 덤리스 볼링'은 180만 회, '1분 만에 볼링공 스핀 넣는 법'은 170만 회를 기록하는 등 수많은 히트 영상을 쏟아냈다.

청소년 국가대표와 실업팀을 거쳐 KPBA(한국프로볼링협회) 19기 최우수 데뷔 프로가 된 그는 현재 팀 MK H&C 메인 프로스텝으로 활동 중이다. 선수 생활과 함께 교육, 콘텐츠 제작까지 아우르며 여러 방면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중학교 3학년, 늦깎이 볼러의 첫걸음
이승훈은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처음 볼링을 접했다.

그는 "어머니가 육상선수 출신인데, 감독님 소개로 볼링장에 가게 됐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공을 처음 굴려본 순간 너무 재미있었다"며 "멋있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매력에 빠져든 거다. 학업과 병행하면서 형들이 치는 걸 따라 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 코스를 밟게 됐다"고 회상했다.

유튜브는 코로나 시기 실업팀을 나오면서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게임 채널을 해보려고 했다. 장비만 300만 원어치 사고 편집도 혼자 배웠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이후 체육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레슨 요청이 많았다. 그런데 유튜브에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더라. 사람들이 그걸 정답이라 믿고 따라 하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볼링 발전을 막을 수도 있겠다 싶어 올바른 정보를 직접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영상도 변화를 줬다. "처음엔 10~30분짜리 영상을 만들었는데, 짧게 30초~1분 짧은 영상을 올리니 반응이 폭발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풀고, 요즘 밈이나 트렌드를 접목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볼링은 장비 빨"…첫 투자, 신발부터
생활체육으로 볼링을 즐기려면 기본장비 구입은 필수다. 이승훈은 "볼링은 장비 빨이다. 신발 하나에도 성적이 달라진다. 초보자들이 2~3만 원짜리 일체형 신발을 많이 쓰는데, 저는 무조건 10만 원대 탈부착형을 추천한다"며 "밑창과 힐을 교체하며 슬라이딩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동호인들은 20만 원대 신발을 많이 쓴다"고 했다.

이어 "신발을 마련했다면 공을 사야 한다. 저는 15파운드를 쓰지만, 무게는 정해진 게 없다. 여성분들은 11~12파운드, 남성분들은 13~14파운드로 시작해 15파운드가 가장 보편적"이라며 "어떤 공을 사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라고 한다. 마음이 가야 손이 가고, 그래야 연습이 된다"고 조언했다.

초보자들의 흔한 실수도 지적했다. 이승훈은 "공이 무겁다고 높이 드는 경우가 많다. 턱이나 가슴 높이에서 시작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며 "회전을 과도하게 주거나, 세게만 치려고 하는 것도 실력 향상을 방해한다. 오히려 살살, 안정적으로 치는 게 효율적"이라고 부연했다.◇한번 우승하면 2500만원…레슨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그는 '레슨 계의 교과서'로도 불린다. 이유를 묻자 "볼링에 정답은 없다. 누구를 가르치느냐, 배우는 사람의 체형이나 이해도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제자들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 해야 할까요?'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해야 오래 기억한다. 지도자가 무조건 '이렇게 해라'고만 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제자들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혼자 2년 동안 익힌 기술을 네 번 만에 해내는 제자도 있었고, 오른손잡이인 줄 알았는데 사실 왼손잡이라 왼손으로 치게 했더니 훨씬 잘하는 분도 있었다. 볼링은 오른손잡이가 많아 왼손잡이가 유리하다"고 했다.

생활 체육계 대표 인플루언서로서 수입은 어떨까. 그는 "수강생이 있어야 수입이 생기니 천차만별"이라며 "시합도 좋은 성적을 거둬야 상금을 받는데 최근 원주 컵 국제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는 상금이 2500만원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나는 재능은 없지만 노력하는 사람"
이승훈은 볼링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자신을 단련시키는 도구라고 말했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버티는 태도는 경기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통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수많은 시합에서 '끝까지 버티는 힘'을 증명해왔다. 특히 2025년 원주 컵 국제오픈볼링대회 우승은 국내외 무대를 통틀어 정상을 찍은 순간으로, 그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줬다.

본인의 볼링 실력에 대해선 '단 한 번도 내가 볼링을 잘 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겸손했다. 이승훈은 "나는 재능은 없지만 노력하는 사람이다. 지금도 프로 중에서 하루에 연습을 가장 많이 할 거다. 계속 치는 노력이 나의 재능"이라고 했다.

볼링이 멘탈 스포츠라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 때는 잘 치는데 시합에서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정신력이다. 멘탈 관리의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경험도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희박한 확률이라도 끝까지 간다. 좀비처럼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라 무조건 버틴다"며 "원주 컵에서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게 승리 요인이었다. 멘탈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누구나 만점 낼 수 있는 스포츠"…볼링의 매력
'볼링이선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 3년. 그는 여전히 레인 위와 유튜브 화면 너머에서 초보자들에게 볼링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이승훈은 볼링의 가장 큰 매력으로 '누구나 만점을 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을 꼽았다. "길 가던 초등학생도 만점을 칠 수 있다. 초보자가 프로를 이기는 유일한 종목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스트라이크 한 번은 누구나 칠 수 있다. 성취감을 주는 게 볼링의 매력"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프로를 이겼다고 볼링을 우습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추어 대회도 나가보고, 여러 볼링장을 다니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요즘 후배들은 레슨이나 코치를 쉽게 하려고 하는데, 선수로 활동하는 것과 교육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볼링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늘고,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글=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