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리워드(보상)와 쏠쏠한 이자를 겸비한 통장이란 아이디어가 적중했습니다. 새로운 장기 고객을 유치해 저변을 넓히려는 스타벅스의 의중과 잘 맞았던 것이죠.”
홍승표 국민은행 임베디드영업1부 과장(오른쪽)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타벅스 제휴통장인 ‘별별통장’ 기획을 성사시킨 비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홍 과장은 스타벅스와의 제휴 아이디어를 처음 낸 인물로, 협력 제안부터 상품 기획 등 별별통장이 탄생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별별통장은 스타벅스 앱에 결제수단으로 연동된 통장으로, 이 통장으로 간편결제하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결제보다 스타벅스의 리워드인 ‘별’을 더 많이 적립할 수 있다. 다른 기업과 손잡은 사례가 손에 꼽는 스타벅스와의 합작품이란 점에서 관련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홍 과장은 “스타벅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간편결제를 통해 얼마나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느냐였다”며 “편리한 결제수단에 그치지 않고 금융상품으로서도 매력이 있어야 국민은행 고객이 스타벅스로 유입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연 2%의 금리와 차별화한 별 적립 혜택을 겸비한 통장을 스타벅스 앱의 간편결제 계좌로 연동시키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유다.
국민은행이 오랫동안 개인금융에 강점을 보였다는 점도 스타벅스의 마음을 끈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기획의 실무 전반을 지휘한 김주현 임베디드금융1부 팀장(왼쪽)은 “국민은행은 스타벅스 고객 중 비중이 적은 남성 고객이 많은 편”이라며 “지난 10년간 나라사랑카드(군인 전용 체크카드)를 운영하면서 20~30대 남성 고객을 늘린 점도 적극 알렸다”고 했다.
이들은 스타벅스 측과 처음 만난 작년 5월만 해도 “‘제휴에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스타벅스는 많은 기업이 각종 제안을 건네지만 실제로 협업하는 사례는 손에 꼽는 곳이어서다. 홍 과장은 “첫 미팅에서 우리 아이디어는 그동안 스타벅스가 여러 금융회사에서 숱하게 받아온 제안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끈기있게 질문을 던진 덕분에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 김 팀장은 “스타벅스 측은 간편결제 기능만으론 진정한 고객 유입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봤다”며 “이와 관련해 계속 대화를 이어가면서 ‘스타벅스용 통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스타벅스 맞춤형 통장 기획은 한 부서 차원이 아닌 국민은행의 전사적인 프로젝트 수준으로 커졌다. 수신상품부가 지원 사격에 뛰어들어 파킹통장이란 형태와 금리, 스타벅스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 등 전반적인 상품구조를 설계했다. 디지털영업부는 양사 고객의 특성을반영한 마케팅 전략을, 개발팀은 스타벅스 앱에서 별별통장의 서비스가 최대한 잘 구현되는 인프라 구축전략을 함께 연구했다.
홍 과장은 “다른 부서들이 야근도 불사하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해준 덕분에 발 빠르게 별별통장의 밑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전략을 앞세워 '신규고객을 확실히 늘려주겠다'고 강조해 첫 미팅을 한 지 석 달 만에 제휴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도 별별통장 고객만이 누리는 독창적인 혜택을 구상해 힘을 보탰다. 별별통장 계좌로 스타벅스에서 간편결제하면 기본 별 2개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적립방식을 내놓았다. 예컨대 별별통장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4700원)을 주문하면 별 3개, 카페라떼 2잔(1만400원)을 주문하면 별 4개를 받는다. ‘별이 쏟아지는 통장’이란 의미를 담은 별별통장이란 이름도 이러한 혜택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별별통장은 차별화한 혜택이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넉 달째인 지난 7월 말 판매물량인 20만 계좌가 모두 팔렸다.
김 팀장은 “스타벅스가 지난 6월 리워드 방침을 변경해 별을 음료뿐 아니라 식품, 텀블러, 머그잔, 가방 등 다른 상품도 살 수 있는 쿠폰으로 교환해주면서 별별통장의 장점이 더 두드러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별별통장의 성공으로 새 고객을 유치하는 강력한 통로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별별통장을 개설한 20만명 중 이 은행 신규고객은 약 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인증서(12만3000명)와 은행 앱 스타뱅킹(10만6000명)의 신규 고객은 이보다 더 많았다. 홍 과장은 “특히 스타벅스 단골이 많은 20~30대 여성 고객을 유치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