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만지면 행운' 관광객 몰리더니…민망해진 동상 '어쩌나'

가슴 부분의 색이 바랜 한 동상이 화제다. '동상의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퍼진 탓이다. 동상을 관리하는 아일랜드 더블린 시의회는 동상을 보호하기 위해 화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3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더블린 시의회는 몰리 말론 동상을 보호하기 위해 동상 주변에 화단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88년 세워진 이 동상은 예술가 잔 린하르트가 아일랜드 민요의 주인공인 생선 장수 몰리 말론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가슴을 만지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과 함께 유명해져 더블린의 상징이 됐다.

과거 한 여행 가이드가 "몰리 말론의 가슴을 만지면 다시 더블린에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지어내 퍼뜨린 뒤, 수많은 관광객이 동상의 가슴 부위를 만지며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1시간에 60명가량의 관광객이 이 동상을 만지고 간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동상의 가슴 부위가 눈에 띄게 마모되면서 색이 변했고, 더블린 시민들은 상징적인 조형물이 훼손되고 있다며 시 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더블린 시의회는 "이런 행동을 바꾸는 게 어렵기 때문에 동상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동상을 높은 받침대에 올리거나 현장 관리인을 배치해 관광객들의 접촉을 제지해왔다. 관리인의 요청에는 대부분 따랐지만, 관리인이 자리를 비우면 관광객이 몰려들어 가슴 부위를 만지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당국은 관광객의 동상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을 고려하게 됐다. 더블린 시의회 대변인은 "가장 유력한 방법은 화단 설치다. 화단을 설치해 효과를 먼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동상의 위치를 옮기거나 높이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동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받침대를 만들어 그 위에 올리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될 전망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