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조 불법 도박' 조직원 10명 등 49명 송환…역대 최대

입력 2025-09-03 16:36
수정 2025-09-03 16:39


경찰이 5조원대 규모의 불법 도박 운영 조직원 10명 등 필리핀으로 도피한 피의자 49명을 3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집단 송환이 이뤄지기 시작한 2017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불법 도박 범죄단체 조직원 10명을 송환받아 도박공간개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2018년부터 예치금 기준 5조3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바카라, 파워볼 등 도박사이트 20여개를 불법으로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의 도박 거래액 규모는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 범죄단체 조직원들을 2023년부터 꾸준히 검거해왔다. 지난해 특별단속을 벌여 총책인 30대 남성 A씨 등 운영진 105명, 자금세탁 조직원 20명을 검거했다. 이번 송환을 통해 당시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조직원들을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전세기를 투입해 이들을 포함한 49명을 강제 송환했다. 이번 송환은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도피사범 송환에 해당한다. 지난 2017년 피의자 47명을 외국에서 전세기로 집단 송환하는 첫 사례가 나온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송환 피의자 49명은 민생 경제범죄 사범 등 사기사범 25명, 도박개장 등 사이버범죄 사범 17명,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조직폭력배 등 강력사범 3명, 횡령 등 기타 사범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사기 범죄 행각으로 피해를 본 국민은 총 1322명이며 합산 피해액만 약 605억원에 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인터폴 적색수배서가 발부된 대상자는 45명이며 이들을 대상으로 국내 수사기관에서 내려진 수배만 총 154건에 이른다.

송환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39세로 최고령 63세, 최연소 24세로 집계됐다. 평균 도피 기간은 3년6개월이며 최장기 도피자는 16년 동안 필리핀에서 은신하며 추적을 피해오다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번 대규모 송환 작전을 위해 국내 수배관서 경찰관과 경찰병원 의료진 등 130여명이 동원됐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대테러기동대를 비롯한 경비 경력 100여명이 배치됐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수년간 추적한 끝에 범죄자들을 일망타진 할 수 있었다”며 “송환자 일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을 검토하는 한편 추가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