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김모씨는 주행 중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되자 자동차 정비업체에 차량을 입고했다. 정비업체에선 “이번 기회에 유리막 코팅을 새로 하자”고 권했다. 그러면서 허위보증서를 발급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씨는 정비업체로부터 받은 보증서를 첨부해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이 서류가 조작된 것을 알아채고 김씨와 정비업체를 보험사기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통보했다.
본인도 모르게 보험사기에 가담해 처벌받는 금융소비자가 늘고 있다.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자동차 정비업체 등의 유혹에 넘어가면 최대 수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도 “일상에서 무심코 가담할 수 있는 보험사기 유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車 보험사기 최대 징역형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허위청구 적발 금액은 2087억원으로 전년(1961억원) 대비 6.4% 증가했다. 자동차 보험사기 행위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허위보증서 작성 등 사문서 위조가 인정되면 형법상 사문서 위조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보험사기는 ‘나와 거리가 먼 일’이라고 치부하는 이들이 많다. “보험금 한두 푼 더 받는 게 큰 문제냐”고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보험사기는 다른 범죄와 달리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선량한 금융소비자라도 알게 모르게 연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감원은 “자동차 정비업체가 허위 청구를 권유하면 보험사 및 금감원에 신고해야 한다”며 “교통사고와 무관한 허위서류를 발급해주겠다며 사건을 조작하는 사기행위는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 수리비를 중복 청구하는 것도 대표적인 보험사기로 꼽힌다. 이모씨는 대형마트에서 주차 중 차량 후면을 긁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 손해담보를 활용해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했다. 그는 과거에 일어난 접촉사고로 다른 보험사에서 ‘미수선수리비’(수리하지 않아도 현금으로 미리 지급되는 보상)를 받은 부분까지 마치 새로 파손된 것처럼 꾸몄다.
보험사는 이씨의 교통사고 및 과거 보험금 수령 내역을 분석한 결과 다른 보험사에서 지급받은 수리비를 중복 청구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해당 내용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수선수리비를 수령한 파손 부위에 대해선 중복 보상받을 수 없다”며 “새로 발생한 사고에 과거에 생긴 흠집을 임의로 포함하면 보험사기가 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휴대품 중복 배상도 보험사기”최근엔 중고차 매매와 관련한 보험사기도 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자 정모씨는 자동차 점검업자 박모씨와 공모해 중고차의 기존 하자를 양호하다고 관련 서류에 기재했다. 그다음엔 본인 명의로 중고차를 산 뒤 해당 하자가 거래 후 발생한 것처럼 꾸몄다.
그는 중고차 구입 시 안내받은 중고차의 실제 상태와 서류상 상태가 서로 다른 경우 발생한 수리비를 소비자에게 보상하는 보험상품인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책임보험’을 이용해 수리비를 청구했다. 보험사는 하자 은폐 및 보험금 부당 수령 사실을 확인한 후 정씨와 박씨를 보험사기 등 혐의로 경찰에 통보했다.
자동차 사고로 파손된 휴대품에 대해 중복된 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배달원 최모씨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중 골목에서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이때 보험 약관에 있는 ‘교통사고로 파손된 휴대품도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해준다’는 내용을 떠올렸다. 과거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휴대폰을 보상받은 사실이 있어서다. 최씨는 이번 사고에서는 휴대폰이 파손되지 않았음에도 과거 보상받은 휴대폰을 각도만 다르게 촬영해 증거 사진으로 제출했다. 이를 통해 보험금을 또 한 번 받아냈다.
이 같은 조작 역시 곧바로 적발됐다. 보험사는 최씨가 낸 사진이 과거 보상받은 휴대폰 사진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하고 최씨를 보험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이 보험으로 이미 보상받은 물품을 본인의 교통사고에 같이 청구해 달라는 보험사기 유인·권유도 확실히 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