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대학병원 간호사라더니…3억 갈취한 30대 男

입력 2025-09-03 08:31
수정 2025-09-03 08:58

데이팅 앱에서 여자 행세를 하며 2억7000만원을 갈취한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범죄를 위해 이혼한 전처 명의로 데이팅 앱에 가입했다.

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성은 판사는 최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2)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3년 8월 한 데이팅 앱에서 이혼한 전처의 명의를 사용해 피해자 B씨에게 접근했다. '도와주세요'’라는 이름의 채팅방을 개설한 뒤 찾아온 피해자에게 대학병원 간호사인 척하며 "돈을 빌려주면 40% 이자를 붙여 변제하겠다"고 속였다. A씨는 이날 피해자에게 30만원을 빌린 것을 포함해 같은 해 9월 6일까지 24차례에 걸쳐 총 3350만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당시 A씨는 8000만원을 갚지 못해 이미 개인회생을 신청해둔 상태였고, 추가로 9000만원의 빚까지 있어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앞서 지난 2022년 8월에도 데이팅 앱에서 만난 피해자 C씨에게 신분을 속인 채 접근해 돈을 받아냈다. 그는 C씨에게 "아버지 집수리 비용으로 3000만원을 줘야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월요일에 변제하겠다"고 했다. 이를 믿은 피해자는 2000만원을 보냈고, 이후 42차례에 걸쳐 약 2억798만원을 빼앗겼다.

A씨는 같은 해 11월에도 채팅 앱에 '돈을 빌려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는 연락이 온 피해자 D씨에게 여자 행세를 하며 돈을 갈취했다. 그는 "다단계 사기를 당했는데 남편에게 말을 못 하고 있다"며 D씨를 속였고 총 28회에 걸쳐 2433만원을 송금받았다.

A씨가 이처럼 위기에 처한 여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속여 받아낸 금액은 모두 2억7000만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대부분의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용서받지 못했다"며 "선고기일에 도망한 점 등을 종합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했고 약 1억3000만원을 변제한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