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과징금 폭탄’ 위기에 내몰렸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담보인정비율(LTV) 및 국고채 전문딜러(PD) 담합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휘말리면서다. 예상되는 과징금 규모도 천문학적이지만, 과징금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돼 은행 기업대출 여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10조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이 현실화하면 향후 10년 동안 최대 89조원에 달하는 기업대출이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은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결과에 따라 올해 안에 최대 9조5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LS 사태는 최대 과징금이 7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는 5대 시중은행이 다 묶여 있다. LTV 담합은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에 최대 2조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게 시장 예상이다. 국민·하나·농협은행은 각각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예상되는 PD 담합에도 얽혀 있다.
은행이 과징금 처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과징금은 단순히 벌금이 아니라 자본 건전성에 직결되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9조5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은행권에 부과되면 위험가중자산(RWA)만 6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은행이 이를 상쇄하기 위해 별도 자본 확충 없이 기존 자본 비율을 유지하려면 10년 동안 기업 대출을 88조7000억원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장된 금융지주 소속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554조원)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미현/김진성/장현주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