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시행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모두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업체별 영역별 난도에 대한 세부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작년 수능은 전 영역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고루 확보해 '물수능'도 '불수능'도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 모의평가는 오는 11월 13일 시행되는 2026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실제 수능 출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다.
다만 이번 9월 모의평가는 물론 본수능에서도 소위 '사탐런' 현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여 실제 수능 점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EBS현장교사단과 입시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9월 모의평가 난도는 대체로 2025학년도 수능과 비슷했다.
난도가 널뛰었던 작년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쳐 치러진 작년 수능은 평이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EBS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윤윤구 한양사대부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도는 작년 수능과 유사하고,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다"며 "작년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도를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수능 출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영역별로 보면 EBS현장교사단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작년 수능과 난도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국어는 다소 어렵게, 수학은 비슷하게, 영어는 어렵게 출제됐다고 봤다.
입시업계 역시 대체로 작년 수능과 유사한 난도였다고 평가했으나 6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웠다는 분석을 내놨다.
6월 모의평가 대비 국어는 어렵게, 수학은 다소 어렵게, 영어는 매우 어렵게 출제됐다는 게 학원가의 대체적 평가다.
영어의 경우, 작년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 1등급 예상 비율은 3%대로, 매우 낮게 추정된다"며 "영어 1등급 비율이 4%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상대평가인 국어나 수학보다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년 수능의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은 6.22%였다. 지난 6월 모의평가 때는 1등급 비율이 19%로, 5명 중 1명꼴로 1등급을 받아 변별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 대표는 "수능 때까지 영어 학습의 난도 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수시 수능 최저 충족 기준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종로학원은 9월 모의평가 1등급 커트라인을 국어 언어와매체 88점(작년 수능 92점)·화법과작문 93점(95점), 수학 미적분 81점(88점)·기하 84점(90점) 및 확률과통계 85점(94점)으로 추정했다.
9월 모의평가는 전국 고3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인 N수생들도 대거 참여하는 마지막 시험이라 실제 수능에서의 자기 위치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사탐런' 현상이 더 극심해지면서 탐구영역에서 정확한 자신의 등급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탐런이란 자연계 학생이 과학탐구 대신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 과목으로 갈아타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9월 모의평가 지원 현황을 보면, 사회탐구 영역 응시자는 39만1449명으로 전체의 61.3%를 차지했다.
이는 9월 모의평가 기준 15년 만의 최고치다. 사회탐구 응시 비율은 2012학년도에 60.9%를 기록한 이후 줄곧 50%대를 맴돌았다.
특히 올해 사탐 응시율은 지난해(53.2%)와 비교하면 무려 8.1%포인트(p) 상승했다. 응시인원으로 따지면 10만1028명 늘어난 셈이다.
반면 과탐 응시율은 38.7%(24만7426명)에 그쳤다.
사탐런이 올해 대입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면서 사탐·과탐 과목별 유불리 상황이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게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과탐에서의 수시 수능 최저기준 충족이 어려워지고, 정시 점수 예측도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입시 전문가들은 자연계 수험생들이 그렇다고 무작정 사회탐구로 갈아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 교사는 "사탐 응시자가 전년도에 비해 10만명 늘었고, 실제 수능에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사탐런을 통해 실제 성공하는 비율은 아주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사탐런으로 사탐 1·2등급이 증가하면서 인문계열의 수능 최저기준 충족 숫자는 늘어나고, 반대로 과탐에서 수능 최저 기준 충족 숫자는 줄 것"이라며 "그러나 9월 모의평가 이후의 사탐런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9월 모의평가 응시생은 총 51만5900명으로, 관련 통계를 공식 발표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출생률이 이례적으로 늘었던 '황금돼지띠' 2007년생이 고3이 되면서 재학생 응시생이 전년보다 2만8477명 증가했다.
이른바 N수생으로 불리는 졸업생은 작년 9월 대비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10만명대를 유지하며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의대를 목표로 하는 상위권 N수생이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인원이 수능까지 그대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의대 선호 현상이 여전하고 2028학년도 수능이 통합형으로 개편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수능 응시인원이 지난해보다 많아져 전반적으로 고득점 학생들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수시 수능 최저 충족 가능성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