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돈잔치 뭇매'서 시작된 공정위 조사

입력 2025-09-03 17:49
수정 2025-09-04 02:29
은행들이 조(兆) 단위 과징금을 낼 가능성이 있는 사건 중 담합은 논쟁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합 지목 행위 자체가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연이은 은행권 비판 이후 시작된 측면이 강해서다.

공정위의 은행권 담합 조사는 2023년 2월 윤 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판 직후 본격화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2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금융위원회에 주문했다. 이틀 후인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은행을 두고 “카르텔”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연이은 저격에 공정위는 같은 달 17일 곧바로 대출 금리와 수수료 등을 담합했다는 혐의를 들이밀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주요 6개 은행의 영업 현장을 조사했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금리와 수수료를 담합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자 얼마 후 혐의를 ‘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으로 변경해 다시 조사에 들어갔다. 2021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가격, 생산계획, 마케팅 전략 등 경쟁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도 담합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적용해 더 촘촘한 잣대를 들이댔다.

공정위는 LTV 담합 조사에 속도를 내던 2023년 6월 국고채 경쟁 입찰 과정에서 전문딜러(PD)로 지정된 은행과 증권사 18곳이 입찰 금리를 사전에 합의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기 시작했다. 국민 하나 농협 등 세 은행은 LTV 담합과 국고채 입찰 담합 조사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조사가 한창이던 그해 10월 윤 전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이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은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은행권을 재차 압박했다.

공정위는 1년이 넘는 조사 끝에 최근 두 담합 혐의에 대한 최종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조 단위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은행들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단 두 혐의 모두 정부 정책을 따르다 초래된 측면이 강해서다. LTV 담합은 가계대출 억제정책(금융위), 국고채 입찰 담합은 시장 안정화 정책(기획재정부)에 맞춰 진행됐다. 은행들은 “LTV를 낮추면 대출액이 감소하고, 국고채 낙찰금리가 낮아지면 딜러 수익도 줄어든다”며 “오히려 손해를 봤는데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