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선크림도 반입 불가합니다. 음료수, 사인펜도 모두 제출해주세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열린 베이징 톈안먼광장 초입의 검문소. 굳은 얼굴의 공안이 안면인식으로 신원 확인을 끝낸 참석자의 가방을 일일이 열어보며 반입 불가 물건을 걸러냈다.
열병식과 무관한 책, 서류는 물론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도 양산조차 반입이 금지됐다. 여기저기에선 “공항 검문보다 더 깐깐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열병식을 관람하려면 중국 정부가 공식 발급한 초청장을 소지하고 지정석에 앉아야만 하는데, 이런 소지품 검사 절차를 세 번이나 거쳐야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0시부터 톈안먼광장 앞 창안대로는 물론 차오양먼대교, 젠궈먼대교를 비롯해 도심 대부분 지역이 통제됐다. 대로 곳곳엔 경찰과 공안 차량이 배치됐다.
외신 기자의 현장 취재 승인은 더 깐깐했다. 열병식 한 달 전 사전 신청을 받은 뒤 1차 온라인 승인, 2차 중국 외교부 승인 절차를 거쳤다. 이후 행사장 접근이 가능한 비표가 지급됐다. 그럼에도 외신 기자들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2시45분(한국시간 오전 3시45분)까지 톈안먼광장에서 6㎞가량 떨어진 미디어센터에 집결해야 했다.
이후 중국 측은 기자들에게 행사장 입장을 위한 초청장을 배부하고 지정석을 알려줬다. 카메라, 보조배터리 등은 중국 공무원이 사양과 기능을 확인했다. ‘지참 가능하다’는 라벨을 붙여줘야만 지니고 들어갈 수 있었다.
열병식 중에는 자리 이동이나 대화, 인터넷 사용이 금지됐다. 열병식에서 만난 한 중국 기업인은 “최고지도자와 좌석 위치가 더 가까운 참석자는 만일의 사태를 위해 기저귀를 착용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전했다.
기자들의 이동은 열병식 내외빈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중국 정부가 제공한 대형 버스로만 할 수 있었다.
열병식에는 5만여 명이 참석했다. 좌석은 거의 꽉 찼다. 행사는 현지시간 오전 9시, 전승절 80주년을 상징하는 80발의 예포 발사와 함께 시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대를 사열하거나 연설할 때는 청중도 숨을 죽였다. 최신 무기가 공개되거나 중국 인민의 힘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연설 중간중간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열병식은 70분가량 이어졌다. 행사 후에는 톈안먼광장에서 8만 마리의 비둘기와 형형색색의 풍선 8만 개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