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활황을 누리던 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 위축과 금리 상승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지원금이 생존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신정호 브릿지파트너스 회계사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정부지원금의 분류, 회계처리 방법, 사후관리 유의사항 등 스타트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실무 포인트를 자세히 짚어드립니다.
투자 환경이 위축된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이 정부지원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금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상환 의무가 없는 정부지원금은 초기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생존 자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 처리와 재무비율, 사후 관리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지원금,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정부에서 제공하는 정책자금은 상환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융자금과 정부지원금으로 나뉜다. 융자금은 정책금융기관이 저리로 대출해주는 자금으로, 회계상 부채로 처리된다. 반면 정부지원금은 상환의무가 없는 무상지원 성격을 지니며 손익계산서에는 영업외수익이나 영업수익으로 반영된다.
정부지원금은 다시 출연금과 보조금으로 구분된다. 출연금은 정부가 특정 목적을 위해 대가 없이 지급하는 자금으로 연구개발이나 기술혁신 과제가 대표적이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의 기술개발 자금이나 각종 기술개발 과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보조금은 민간의 특정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지급되며 초기창업패키지나 청년고용지원금 같은 사업이 대표 사례다.
출연금은 규모가 크지만 기술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보조금은 진입장벽이 낮고 선정부터 지급까지 기간이 짧아 초기 기업이 활용하기 좋다. 하지만 사용 기준과 사후관리가 더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쉽게 받고 쓸 수 있다'는 오해를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무비율부터 확인해야정부지원금 신청 과정서 첫 번째 관문은 재무비율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추더라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이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신청했다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한다.
부채비율은 총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정부지원사업 신청시 일반적으로 300~500% 이하를 요구한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과 유동부채의 비율로 단기 지급 능력을 보여주며 100% 이상이어야 한다. 자본잠식률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얼마나 적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으면 완전자본잠식으로 분류돼 대부분의 지원사업에서 신청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총부채가 7억 원이고 자기자본이 5000만 원인 기업은 부채비율이 1400%에 달한다. 같은 회사가 유동자산 2억5000만 원, 유동부채 2억 원을 갖고 있다면 유동비율은 125%이고, 자본잠식률은 50%다. 해당 기업은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지원사업 참여가 사실상 어렵다.
재무비율은 국세청의 표준재무제표증명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 신고를 소홀히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데, 이 경우 증명원 발급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법인세 신고가 끝나면 재무제표 수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반드시 신고 전에 재무비율을 계산해 목표 사업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원금 관리, 디테일이 생명이다정부지원금을 받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모든 지원사업에는 사후 감사가 따르고, 지출 내역에 대한 소명 책임이 뒤따른다. 증빙이 부실하면 전액 환수될 위험도 있다.
증빙으로 인정받으려면 계약서를 반드시 갖추고, 대금 지급은 사업비 전용계좌 이체나 사업비 전용카드를 통해야 한다. 개인카드 사용이나 현금 결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증빙 서류는 원본으로 보관해야 하며 위조나 변조는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증빙이 있더라도 목적 외 사용이나 사업기간 위반이 있으면 해당 금액은 전액 환수된다. 마케팅비로 승인받아 회식비에 사용하거나 장비 구입비로 승인받아 차량 리스료로 지출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업 종료일 이후 집행한 비용도 인정되지 않는다.
실무적으로는 감사에 소명하기 쉽고 필수 지출로 인정받는 인건비 편성이 가장 안전하다. 인건비는 4대 보험 가입 내역이나 급여 지급 내역으로 증빙이 가능하고, 목적 외 사용 위험도 가장 낮다. 다만 한 사람이 여러 지원사업에 참여해 참여율 합계가 100%를 넘으면 문제가 된다. 실제로 한 명의 개발팀장을 세 개 사업에 동시 참여시켜 합산 참여율이 114%가 되자 초과분이 환수된 사례가 있다. 회계처리, 영업외수익과 비용차감정부지원금 회계처리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지원금이 일회성이거나 주된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때 사용한다. 창업 초기 운영자금 지원금이나 고용 장려금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당기순이익만 늘어난다. 처리가 간단하고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에서 직접 차감하는 방식도 있다. 특정 비용 항목을 지원하기 위해 받은 자금은 해당 비용에서 차감해 순액으로 처리한다. 예컨대 인건비 지원금을 급여비용에서 차감하면 영업비용이 줄어 영업이익이 개선된다.
재무제표상으로는 후자인 비용 차감 방식이 더 유리하다. 영업이익이 기업의 본업 수익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나 금융기관은 영업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지원금과 비용을 정확히 대응시켜 관리해야 하므로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는 관리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재무제표 개선 효과를 원한다면 비용 차감 방식을 선택하면 되고 관리의 편의성을 중시한다면 영업외수익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두 방식 모두 회계기준상 인정되므로 기업의 상황과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정부지원금,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정부지원금을 매출액으로 잡을 수 있는지 문의한다. 결론적으로는 대부분 불가능하다. 매출은 재화나 용역 제공의 대가여야 하는데, 정부지원금은 정책적 목적의 무상지원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영업활동과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영업수익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공공성이 높은 재화를 원가 이하로 지속 공급하는 기업이 받는 보조금이나 국산 원재료 사용을 강제당해 받는 차액 보조금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일반적으로 받는 창업지원금, 기술개발지원금, 고용지원금 등은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지원금의 장점은 명확하다. 담보나 신용도가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운영자금을 제공하고, 선정되는 것 자체가 기업 신뢰도를 높여 후속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하지만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보고·증빙 의무가 많아 인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에 큰 부담이 된다. 경우에 따라 지원금 확보에 매몰돼 정작 본업이 흔들리는 역설적인 상황도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지원금은 목적지가 아니라 마중물로 봐야 한다. 확보한 자금을 핵심 역량 강화와 시장 검증에 집중 투입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는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스타트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임을 명심해야 한다.
신정호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
△삼정회계법인
△KB국민은행 Wise 컨설팅
△한국금융연수원 기업가치평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