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 2000만원 싼데"…'기아 EV5' 한국서 비싼 뜻밖의 이유 [모빌리티톡]

입력 2025-09-03 08:30
수정 2025-09-03 09:16
"(종합적 측면에서) 중국형 모델과는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더 기아 EV5 미디어 데이'에서 손용준 국내상품1팀 팀장은 "중국형 EV5 대비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손 팀장은 "차량 개발시 지역에 맞게 상품성의 수준, 정책 및 법규 동향을 종합적으로 보고 개발한다"며 "국내 법규나 정책에 맞는 주행 상품성, 충돌 안정성, 소비자 니즈 등 사양이 곳곳에 다르게 반영됐다. (중국형 EV5와는)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힘들다"고 했다.

"중국형은 현지 맞춤"...글로벌 모델은 '국내 생산'기아는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5를 중국에서 먼저 생산했다. 중국 옌청에서 생산돼 현지에서 판매되는 EV5는 현지에서 기본 트림이 14만9800위안(약 2900만원)에 팔리고 있다.

반면에 유럽, 캐나다 등 글로벌을 겨냥한 모델인 EV5는 광주에서 생산된다. 시작 가격은 기본 트림인 롱레인지 에어 기준 4855만원이다. 정부 및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을 고려하면 서울시 기준 약 4000만원 초반대로 떨어진다. 중국형 EV5와 절대적 가격차가 어느정도 존재하는 셈이다.


기아는 이를 두고 "중국형과는 분명히 다른 차량"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례로 중국형 EV5의 배터리는 삼원계(NCM)보다 비교적 저렴한 리튬인산철(LFP)을 사용했다. NCM은 LFP 배터리 대비 높은 에너지밀도, 빠른 충전 및 1회 충전시 긴 주행거리란 장점을 가졌다. LFP 대비 재활용도 용이해 친환경적이다. 국내 출시되는 EV5는 시장 니즈를 고려해 NCM을 택했다.

가장 첫 시작가를 결정하는 기본 트림만 놓고 봤을 때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기아 중국 홈페이지에 나온 EV5 카달로그를 참조하면 약 2900만원대의 시작가를 기록한 기본 트림은 'EV5 530 라이트' 모델로 파악된다. 이 모델은 사양들이 다수 빠져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일례로 FCA 1.5(전방충돌방지보조), 지능형 속도제안보조(ISLA), 페달오조작 안전보조기능 등이 '구성없음'으로 표시됐다. ISLA나 페달오조작 안전보조기능은 한국 출시 모델엔 기본으로 탑재됐다. 중국 모델과 달리 국내 출시 모델은 V2L도 탑재됐다.


공간활용성 측면에서도 국내 출시 모델은 중국형과 큰 차이를 뒀다. 김영무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소통을 강조한 벤치형 시트를 적용했지만, 국내는 실내 공간 활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멀티 스토리지나 다목적 콘솔 등을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손용준 팀장은 "국내는 중국과 달리 품질과 성능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있다보니 일부 사양은 국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라며 "여러 기준을 고려해서 다르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신승훈 MSV프로젝트5팀 책임연구원은 "국내 출시되는 EV5는 국내, 북미, 유럽 등 선진 지역을 대응하기 위해 상품성 및 품질부터 중국과 다른 기준을 설정하고 개발한 신규 프로젝트"라며 "유럽 5스타 등 지역별 최고 충돌 상품성 등급 달성을 위해 도어와 차체 강성을 보강했고 9 에어백 적용, 후드 재질 최적화 등 신규 개발한 부분도 많다"고 했다. 이어 "PE시스템의 경우에도 모터 시스템의 효율을 더욱 증대하고,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적용해서 고출력을 대응한다"라고 덧붙였다.

정통 SUV 표방한 EV5...풀플랫으로 공간감 극대화EV5는 기아가 다섯번째로 선보이는 E-GMP 기반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기아는 정통 SUV 바디타입을 적용해 '패밀리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 4610㎜, 전폭 1875㎜, 전고 1675㎜이다. 휠베이스는 2750㎜로 스포티지(2755㎜)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기차이기 때문에 실내 내부 공간을 평평하게 쓸 수 있어 공간감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041㎜의 2열 레그룸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특히 2열에는 풀플랫 시트가 적용돼 고객이 러기지 부분과 연결해 사용할 경우 아웃도어 활동에서 용이하다. 또 2열에 트레이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확장형 센터콘솔을 적용했으며, 슬라이딩 방식의 커버를 통해 컵홀더로 사용할 있는 2열 센터 슬라이딩 커버 암레스트를 장착했다.

뿐만 아니라 운전석, 조수석, 2열의 냉난방 기능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3존 공조 컨트롤러를 탑재했으며 1열 시트 후면부에 2열 탑승객이 사용할 수 있는 시트백 테이블을 적용해 실용성을 높였다.

기아는 EV5에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를 적용해 사용 직관성을 향상시켰으며 크래시패드에 12.3인치 클러스터 및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와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를 한데 묶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러기지 공간은 965L에 프렁크 공간은 44.4L다. 소품을 걸어서 장착할 수 있는 기아 애드기어도 눈길을 끈다.

EV5는 배터리 용량은 81.4kWh로, 160kW급 전륜구동 모터와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갖췄다. 최고 출력 160kW, 최대 토크 295Nm, 1kWh당 5㎞의 전비를 기록, 1회 충전 시 460㎞를 주행할 수 있다. 또한 350kW급 충전기로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30분이 걸린다.


기아는 EV5에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속, 감속, 정차가 가능한 i-페달 3.0을 적용했다. 여기에 시속 80㎞ 미만 속도 주행 중 일반적 주행패턴과 달리 운전자가가속 페달을 깊고 오랫동안 밟아서 차량이 가속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한 가속 상황을 차량이 판단하고 클러스터 팝업과 음성으로 경고한 뒤 가속을 제한하는 기능인 '가속 제한 보조'가 기아 차량 처음으로 탑재됐다.

정원정 기아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은 "EV5는 정통 SUV 바디타입 기반의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바탕으로 국내 EV 대중화 시대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대표 모델"이라며 "합리적인 패밀리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EV5가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