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中企에 글로벌 DNA 불어넣은 SBA

입력 2025-09-02 17:40
수정 2025-09-03 01:16

피부과 기반 K뷰티 브랜드 ‘바노바기’는 서울경제진흥원(SBA)의 글로벌 유통망 지원을 발판으로 일본 미니스톱 등 대형 유통망에 입점했다. 지난해 수출액만 1000만달러(약 135억원)를 기록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거뒀다. 단순한 판로 지원을 넘어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까지 지원받은 결과다.

서울시 산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기관인 SBA가 내수에 의존해오던 기업들에 ‘글로벌 DNA’를 불어넣으며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좁은 국내 시장에서 120억원의 매출을 거둔 SBA 지원 기업들은 단 3년 만인 지난해 4824억원의 수출 실적을 달성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선(先)브랜드, 후(後)수출’ 전략으로 내수 한계를 돌파한 SBA는 내년 수출 실적이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 체질 개선…글로벌 무대서 성과2일 SB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원 기업의 수출 실적은 2323억원에 달했다. 지난 4년간 지원의 무게중심을 ‘내수 유통 확대’에서 ‘수출형 성장’으로 전환한 결과다. 과거 홈쇼핑·박람회 등 국내 판로 지원에 치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e커머스·리테일 입점, 해외 바이어 매칭, 라이브커머스 방송 등 해외 진출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SBA는 이 과정에서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를 먼저 구축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단순히 전시·상담회를 열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품 브랜딩과 마케팅 콘텐츠 제작까지 지원했다. 2021년 11월 김현우 대표가 취임한 이후 이 같은 지원 체계가 도입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3년부터는 해외 주요 도시에 ‘서울’ 이름을 건 플래그십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싱가포르 등지에 ‘서울 브랜드 존’을 열고 수출 경험이 풍부한 기업이 신생 기업과 함께 진출하는 일종의 ‘끼워팔기’ 전략이다. 서울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확보하는 토대가 마련됐고 여기서만 800억원 이상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도 강화했다. ‘브랜딩→바이어 발굴→실거래 전환→후속 홍보’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형 지원을 통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 동남아시아 1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 등 글로벌 판로 개척에 나섰다. 그 덕분에 지난해 해외 1만7871개 매장에 서울 기업 제품이 잇따라 입점하는 개가를 올렸다. ◇“국내는 좁다…해외서 길 찾아야” SBA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직시했다. 네이버 쇼핑 거래액(2023년 기준 12조4000억원)과 아마존 거래액(7000억달러·약 970조원)만 비교해봐도 시장 규모의 격차를 곧바로 알 수 있다. 좁은 국내에서 중소기업끼리 경쟁하는 대신 넓은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려야 했다.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이 무대를 해외로 옮기자 빠른 성과로 이어졌다. 건강기능식품 업체 청안오가닉스는 SBA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판매 비중을 전체의 40%까지 늘렸다. 이명연 청안오가닉스 대표는 “SBA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 파트너”라고 말했다.

SBA의 투입 예산 대비 성과도 크게 향상됐다. 2021년 43억원 예산 지원으로 고작 120억원의 국내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엔 58억원을 투입해 4824억원의 수출 실적을 냈다.

SBA는 내년 수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현우 SBA 대표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시스템화하고, 디지털·콘텐츠 역량을 접목한 수출 모델을 안착했다”며 “앞으로도 서울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성장해나갈 수 있는 경로를 다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