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상 어렵습니다.” 보도 성향과 본사·계열사 설명, 그간 보도한 중국 기사 목록, 기자 신상, 인터뷰 취지 및 주요 질문까지 모두 제출하고도 돌아온 중국 주요 대학의 반응이다.
베이징대 칭화대 중국과학원대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명문 이공대는 일종의 비밀 요새처럼 운영된다. 자유롭게 캠퍼스를 드나들 수 있는 한국 대학과 다르다. 캠퍼스 방문조차 사전에 승인받아야 할 수 있다. 교육 철학과 인재 양성 계획, 수업 방식, 성과물 등이 모두 정부의 자산이자 ‘핵심 무기’로 간주돼서다.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철저하게 훈련·검증된 ‘정예 인재’를 양성하는 만큼 외부에 이런 과정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린다는 후문이다. 중국 과학 연구의 핵심 기관인 중국과학원의 한 교수는 “미국과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한 지난해부터 대학의 외부 노출 기피 현상이 확실히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정책은 철저하게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진다. 중앙 정부가 장기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면 각 지방 정부가 경쟁적으로 대학 육성에 나서는 식이다. AI 분야만 해도 정부가 엘리트 인재 양성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전역의 대학 중 AI 학과를 운영하는 곳은 535개에 달했다. 연간 4만3000명의 산업 실무 전문가가 배출된다. 2018년만 해도 35개 대학에 1232명의 AI 전공 학생이 있었다.
엘리트 인재는 별도로 관리된다. 중국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 상위 5%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기계획’을 통해 베이징대 투링반, 칭화대 야오반 등의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해 세계적인 수준의 AI 연구자를 양성한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