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국내 와인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저가 와인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와인 수입액은 2억4502만달러(약 3400억원)로 전년 동기(2억6326만달러) 대비 6.9% 감소했다. 반면 수입량은 3만3188t으로 같은 기간 13.2% 증가했다. 와인 수입·유통업체들이 단가가 낮은 ‘가성비’ 와인 수입 비중을 높인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기간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가 확산하며 급성장했다. 와인 수입이 급증해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이 저렴해지자 20·30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가세했다.
그러나 와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21년 7만6575t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한 병 용량(750mL)이 너무 많고 가격이 비싸 대세가 된 1인 가구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와인 수입업체들은 저가 와인 품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영FBC가 수입·판매하는 1만원대 와인 ‘알파카 소비뇽 블랑’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늘었다. 가성비가 좋아 ‘편의점 대표 와인’으로 불리는 ‘디아블로’는 지난해 단일 브랜드 와인 최초로 200만 병 넘게 팔렸다.
저가 와인 판매가 늘어난 덕에 일부 와인 수입사는 선방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아영FBC 매출은 992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38.9% 늘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은 약 1.5병으로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