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마워요! 서학개미"…11조원 몰린 증권사들 '싱글벙글'

입력 2025-09-02 13:47
수정 2025-09-02 14:2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하며 증권사에 예치된 외화예수금의 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년만에 106% 급증했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외화예수금이 급격히 늘어난 증권사들은 은행권의 '고유 영역'이었던 일반 환전까지 진출하며 수익 다각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2일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한 외화투자자예탁금(외화예수금)의 규모는 지난 2분기말 기준 11조4229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현행법에 따라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한다. 예탁금의 종류에 따라 원화는 전액, 달러는 80%, 엔화는 50%의 의무 예치 비율이 지정되어 있다. 외화예수금의 대부분이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실제 증권사 계좌에 넣은 금액은 1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외화예수금은 국내에서 해외주식 투자 인기가 치솟으며 덩달아 불어났다. 의무예치 제도가 시행된 2021년 12월말 기준 외화예수금은 5조7875억원이었다. 이 수치는 이후 금리 상승과 함께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자 2022년 4분기말 기준 4조9009억원까지 줄었다. 이후 시장이 다시 상승하자 2023년 2분기에 5조5388억원까지 늘어났고, 2년 사이 106% 급증해 현재의 11조원대에 이르게 됐다.

해외주식은 이미 증권사들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유 금액은 1966억달러(약 273조원)로, 국내증시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시총 189조원)과 3위 LG에너지솔루션(시총 81조원)의 합산 규모를 뛰어넘었다.

이같은 해외주식 열풍은 증권사들의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다. 10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하나·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올 상반기에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로 767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4759억원) 급증한 수치다. 젊은 이용자층을 기반으로 해외주식 거래가 활발한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을 합치면 상반기 주요 증권사의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수익은 1조원에 육박한다.



외화예수금 규모가 늘어나자 증권업계에선 이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나섰다. 첫 타자로 부상한 건 '일반 환전'이다. 2023년 정부가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라이선스를 가진 증권사는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일반 환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키움증권은 지난달 국민은행, 하나은행과 제휴를 맺고 업계 최초로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4분기 중으로 그룹 내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연계해 일반환전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두 회사에 뒤이어 일반환전 인가를 획득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해외주식이 이제는 국내주식과도 비교할 수 있는 주력 사업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이미 40대 이하 개인 고객은 해외주식 비중이 국내주식 비중을 넘어섰다”며 “해외주식 투자 편의성 확대, 관련 리서치 조직 보충, 신사업 발굴 등 해외주식 및 관련 서비스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