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10억 원 넘는 아파트 관리비를 빼돌린 경리과장이 법정 구속됐다. 그는 횡령한 관리비로 개인 빚을 갚고 해외여행을 다닌 것으로 조사 결과 알려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부장 이승호)는 최근 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2016년 3월부터 강원 원주시 아파트에서 경리과장으로 일하게 된 A씨는 해당 단지에서 관리비에 대한 지출 서류 결재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을 악용해 횡령할 계획을 폈다.
A씨는 관리비를 자신 또는 아들 명의 계좌로 수백만 원씩 이체하는 수법으로 총 165회에 걸쳐 14억 원 이상을 빼돌렸다. 횡령한 돈은 개인 채무 변제나 해외여행 비용으로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카드 대금 납부나 생활비로 유용됐다.
이런 비리 행각은 지난해 초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자체 회계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A씨에게 횡령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그를 구속기소했다.
재판에서 A씨는 "아파트를 위해 사용한 자금을 되돌려받은 것"이라거나 "아파트 운영비로 사용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 변명 중 일부를 받아들여 9,000여만 원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나머지 13억여 원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다.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났던 A씨는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약 6년에 걸쳐 관리비 13억 원을 횡령해 신임 관계 위배의 정도가 크다"며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았고 아파트 입주민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